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래퍼인 아사옐 슬레이(Asayel Slay)에게 체포령이 내려졌다. 아사옐 슬레이는 지난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Mecca girl”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메카(Mecca)는 이슬람권에서 성지로 추앙받는 도시이며, 해당 곡의 가사는 메카에 대한 자부심과 여성을 칭찬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삭제된 영상에서 슬레이는 히잡을 쓰고 영어와 아랍어로 ‘메카의 여성은 강력하고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며 아이들과 함께 카페에서 춤을 춘다. 현재 슬레이의 공식 유튜브 계정은 삭제되었고, 뮤직비디오는 게시가 중단된 상태이기에 더는 그의 채널에서 영상을 확인할 수 없다.
메카의 통치자인 할리드 빈 파이살(Khalid bin Faisal) 왕자는 ‘그들은 메카의 여성이 아니다(They’re not the girls of Mecca)’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아티스트인 슬레이뿐만 아니라 비디오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까지 체포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메카의 관습을 모욕한다(insults the customs of Mecca)’라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2018년부터 교육, 인프라, 레크리에이션 및 관광과 같은 공공 서비스 부문의 개혁을 위한 “비전(Vision) 2030”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현대적인 사우디의 모습을 홍보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작년 10월 방탄소년단(BTS),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등을 섭외하여 콘서트를 개최했다. 미국의 래퍼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역시 헤드라이너로 초청됐지만 여성의 권리, LGBTQ 공동체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출연을 철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강간 혐의로 기소된 모로코 남성 팝 가수 사드 람자레드(Saad Lamjarred)의 공연이 허용된 사례가 있었기에 슬레이에게 내려진 체포령은 또 한 번 여성 차별 논란을 달구었다.
여전히 사우디의 여성은 혼인할 때나 사업을 시작할 때, 심지어 건강보험 관련 업무에도 남성 후견인의 허락이 필요하다. 정부의 국가 개혁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권 운동가는 여전히 탄압이 만연하며 표현의 자유를 단속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의 여성 래퍼들이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슬레이의 영상을 함께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