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 로봇 AIBO의 합동 장례식 물결

각종 협업이 난무하는 지금의 하이패션, 그 트렌드에서 가장 신선한 협업 컬렉션을 선보인 브랜드가 있다면, 킴 존스(Kim Jones)가 이끄는 디올(Dior)일 것이다. 섹시로봇으로 대표되는 불세출의 일본 아티스트 소라야마 하지메(Hajime Sorayama)와 협업한 이번 컬렉션은 좌중을 압도하는 거대한 섹시로봇 조형물과 함께 미래적인 디자인을 듬뿍 머금은 의류와 각종 소품으로 수많은 관객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디올부터 허프(HUF), 엑스라지(X-Large), 스투시(Stussy) 등 이러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소라야마 하지메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된 이도 많을 텐데, 소라야마 하지메가 일본 전자업체 소니(SONY)와 함께 애완 로봇을 제작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지. 1993년 프로젝트에 돌입, 6년이 지난 1999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소니의 애완 로봇 아이보(AIBO)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몰며 애완동물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2세대, 3세대까지 출시할 만큼 관심을 모았으나 2006년 소니는 저조한 수익성을 이유로 돌연 아이보 생산을 중단했고, 2013년에 이르러서는 공식 애프터서비스를 종료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애완 로봇 아이보와의 삶이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아이보 유저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2013년 이후 더는 수리할 수 없는 아이보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어느새 부터인가 수명을 다한 아이보를 모아 일본 전통 장례를 치루는 아이보 합동 장례식이 곳곳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총 800대의 아이보가 장례식을 치렀으며, 그중 아직 사용 가능한 부품을 추려 아픈 아이보에게 ‘이식’하기도 한다고.

무엇이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이와의 이별은 슬픔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올해 신형 아이보 ‘ERS-1000’이 발매되었지만, 그 추억을 대체하긴 힘들 것. 오로지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슬픈 장례식, 지금껏 많은 이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줬던 아이보의 마지막을 경건한 마음으로 지켜보자.

SONY 공식 웹사이트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