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많은 팬의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았던 영화 “명탐정 피카츄”가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면서 “포켓몬스터(Pokemon)”에 대한 젊은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사전에 공개되었던 포켓몬들의 실사 비주얼은 팬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개봉 이후 나온 반응들은 꽤 긍정적인 듯하다.
“포켓몬스터”의 대부흥기를 직접 체험하지 못한 어린 세대들은 공감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포켓몬스터”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는 슈퍼 프렌차이즈다. “포켓몬스터” 게임은 마리오(Super Mario Bros.) 시리즈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 시리즈이기도 하니, 2000년대 초반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포켓몬스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이 없을 것. 이 같은 명성을 또 한 번 증명하는 것일까, 영국의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연구진들은 최근 “포켓몬스터” 팬들의 뇌에서 포켓몬에 반응하는 특정 구역이 공통으로 존재함을 발견해냈다.
사람들의 두뇌에 특정 얼굴, 단어, 숫자 등에만 반응하는 공통적인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전부터 밝혀진 사실이었다. 하버드 의대 (Harvard Medical School) 연구진들은 과거 이 같은 영역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동일한 뇌 영역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원숭이가 어린 시절부터 공통된 대상에 지속해 노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었는데, 최근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이 이 내용을 “포켓몬스터” 팬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 아주 어린 시절부터 포켓몬에 꾸준히 노출되어 왔던 “포켓몬스터” 팬들은 그야말로 가장 적합한 실험 대상이었다.
실험을 통해 나타난 결과는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일반인들보다 오랜 기간 “포켓몬스터” 게임을 즐겨온 팬들의 뇌가 포켓몬 캐릭터에 더 많이 반응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의 뇌에서 동일한 영역(귀 뒤쪽에 있는 후두측두구- occipitotemporal sulcus)이 “포켓몬스터”에 반응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유아기의 노출이 특정 두뇌 영역을 발달시키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을 지지하며, 인간의 뇌가 경험 학습에 대한 반응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사람들의 공통적인 뇌 구역을 검증하는 실험의 도구로 “포켓몬스터”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이 콘텐츠가 우리 세대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증명한다. “명탐정 피카츄”를 감상하는 수많은 관객의 후두측두구가 동시에 활성화되고 있는 광경을 한 번 상상해보라. “포켓몬스터”가 이제는 우리의 두뇌 발달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니,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