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90’s, 오클리, 프라다 스포츠 등 감각적인 아카이브 스포츠, 테크웨어를 선보이는 런던의 빈티지 편집 스토어 패스트다운(PASTDOWN)이 듀베티카(DUVETICA)의 푸퍼 패딩을 새롭게 발매했다. 빈티지 스토어에서 새 물건을 들여온 게 뭐가 그리 큰일이겠냐만은, 패스트다운의 캠페인이 퍽 흥미롭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BMW 차량이 차량 진입 방지봉을 시원하게 들이받자 곧이어 푸퍼 패딩을 착용한 사람들이 허겁지겁 내리기 시작하는데, 5인승 차에서 나온 남성의 수만 무려 15명. 꽁무니 빠지게 도망가는 와중에도 미처 트렁크에서 탈출하지 못한 전우들을 구출하는 모습까지 유쾌하게 담았다. 그렇다, 이는 사고를 일으킨 뒤 도망치는 후드의 밈을 마케팅에 이용한 것으로, 세련되면서도 어딘가 불량한 맛이 다분히 배어 있는 UK 드릴(drill) 래퍼의 패션을 이에 절묘하게 녹여낸 모습이다.
패스트다운은 이처럼 집단의 드레스코드를 마케팅에 적극활용하며 트렌드와 문화에 근접한 이들, 특히 영국의 멋쟁이들은 어떤 식으로 옷을 입는지 자연스레 어필해 왔다. 빈티지 스토어에 한계점이라 하면 어디까지나 셀렉해 온 다수의 의상이 한데 모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기 다소 애매한 부분이 생긴다는 것인데, 패스트다운은 통일된 셀렉션과 집단의 드레스코드를 이용한 창의적인 캠페인을 통해 돌파구를 찾은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패스트다운이 자체 생산한 트랙슈트 캠페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똑같은 차림을 하고 런던 거리를 껄렁껄렁 배회하는 유스(Youth)들의 모습은 어느덧 식상해진 고프코어 패션에 새로움을 전하기 충분하다. 또한 패스트다운은 단순 편집 스토어에 그치지 않고 애쉬벡(Ashbeck), 5EB 등 다양한 로컬 힙합 아티스트들의 의상을 담당하며 영국맛 힙합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고 있다.
학창 시절 노스페이스 광풍을 겪은 이라면 집단의 드레스 코드, 그 위력 역시 짐작할 수 있을 터. 패스트다운의 운영자 벤(Ben)이 한 인터뷰를 통해 기대되는 브랜드로 한국의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을 꼽은 만큼 그들의 새로운 캠페인 그리고 런던 거리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