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와 쥬얼리는 다소 이질적인 조합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서브컬처를 쥬얼리에 담아내는 더 데프(THE DEF)는 그들 각각의 역사에서 교집합을 발견, 이를 적절히 조합할 줄 아는 영리한 브랜드다. 산업혁명 이후, 왕족이나 귀족만 착용하던 쥬얼리에 새로운 시장이 생겨난다. 발전을 거듭하며 21세기의 쥬얼리는 고가품, 소장가치의 개념을 탈피하고 패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지위의 상징이었던 쥬얼리가 ‘즐기는’ 문화로 여겨지는 인식 변화는 서브컬처가 지닌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브컬쳐는 하위문화로 분류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 매력적인 요인 중 하나는 주류에서 벗어난 일탈이라는 점이다. 그 일탈은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욕망을 자극해왔다. 그것은 어쩌면 유희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본능적 욕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더 데프의 낯설지만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힘은 여기에 근거한다.
더 데프가 그려내는 쥬얼리는 서브컬처에서 탄생한 힙합의 크고 볼드한 금색 목걸이를 상징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 내부의 독자적인 2차 일탈이 발생한다. 목걸이의 다양한 팬던트와 얇고 길게 늘어뜨린 줄 그리고 레이어드는 더 데프가 일탈을 통해 일궈낸 브랜드의 산물이다. 국내 유일의 주문제작 브랜드로서 더 데프는 본인의 정체성을 켜켜이 쌓아가는 데 집중한다. 여러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그 층위를 확장하는 시도 중 하나로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감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더 데프는 계속해서 다른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이번엔 다가오는 새해를 맞아 브랜드 로고를 리뉴얼하고 이를 기념해 퍼피 재킷을 제작했다. 더불어 2018년, 새로운 팬던트 제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들의 또 다른 일탈을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