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를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설명이 쉬울 것 같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블랙 터틀넥을 제작한 디자이너. 잡스는 이세이 미야케에게 본인이 입을 수 있는 편한 터틀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이미 절판된 상품을 특별주문까지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진다. 잡스는 왜 이세이 미야케를 선택했을까? 분야는 다르지만, 이 두 사람은 많은 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세이 미야케의 옷은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그는 의복의 가장 근본적인 형태로 돌아가는 것에서 모든 해답을 얻는다. 그러나 그 제작 방식은 혁신적이다. 먼저 1988년 디자이너로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컬렉션 ‘Pleats Please’를 살펴보자. 여기서 이세이 미야케가 선보인 플리츠는 접근 자체가 기존의 것과 달랐다. 정 사이즈의 2~3배로 재단하고 조합한 후, 그 완성된 형태에 주름을 잡은 것. 봉제선이 없는 하나의 천으로 만들어진 미야케의 플리츠는 의류 제작의 필수적인 공정을 최소화한 기술적 혁신이었다. 또한 프레스에 압착되어 영구적인 주름을 갖게 된 의복은 느슨하고 넓은 형태로서 신체적 콤플렉스를 보완해주는 기능적 역할까지 수행했다. 이렇듯 인체와 옷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미야케의 연구와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 출시한 가방 바오바오는 움직임에 따라 삼각형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형되고, 안에 넣은 물건에 따라 형태가 바뀐다. 2010년엔 ‘재상과 재활용’을 모토로 한 132.5 컬렉션 라인을 발표했다. 132.5라는 숫자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 재활용 폴리에스터 천 조각 하나(1)가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입체적 형상(3차원)으로 모형화 되고, 철저히 계산된 공식을 통해 2차원 평면 상태(2)로 접어지게 된다. 이 평면적인 도면은 특정한 점을 잡아당기면 서서히 3차원 입체적 옷으로 변한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한 벌의 의상으로서 누군가의 몸을 감싸는 오브제가 되었을 때,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5차원)가 된다는 것. 버려지는 천 없이 한 벌의 옷을 완성하는 132.5 프로젝트는 미야케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단순함과 최첨단 연구 기술의 결과물이다.
이세이 미야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요시유키 미야마에(Miyamae Yoshiyuki)가 추구하는 새로운 접근에 대한 관점 역시 이세이 미야케 브랜드 철학과 일치한다. 그는 소재 자체가 곧 디자인이라 밝혔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랄 만한 소재와 실루엣을 개발에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하는 것이 그의 목표인 셈. 이세이 미야케 맨즈 컬렉션 수석 디자이너인 유스케 타카하시(Takahashi Yusuke)도 자신의 야망을 미야케의 유산으로 유지하며 ‘이세이 미야케 맨’의 스타일을 새롭게 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자, 이제 최근 이세이 미야케가 공개한 2019 S/S 컬렉션을 유심히 보자. 이들의 끊임없는 섬유와 직물에 대한 연구, 의복이 주는 일상생활에서의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