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는 1999년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거라 했다. 하지만 정작 당시 사람들은 다가오는 새 천년을 두려워했으며, 신세기가 열린 후에는 수많은 SF 영화가 2020년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정점을 찍은 시대로 그렸다. 그리고 그 후로 3년이 더 흐른 현재까지, ‘세계의 끝’을 바라보는 상상력은 인간의 끊임없이 변화해왔는데, 특히 애니메이션의 왕국 일본은 이를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시대보다 우울하고 어두운 세계를 떠올리며 상상의 꽃을 무궁무진하게 피운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그 유산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Galaxy Express 999)”, “날씨의 아이(Weathering With You)”, 그리고 “에반게리온(Evangelion) 신극장판” 4부작까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오는 2월 1일부터 2주간 세계의 종말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깊은 근심이 담긴 세 작품의 상영회 ‘세계가 끝나는 감각’을 개최하기 때문.
세 작품은 같은 세계의 끝을 바라보지만 상영회 이름처럼 이를 감각하는 매개체와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70년대 말 개봉한 “은하철도 999”는 기계와 인간이 대립하는 우울한 미래를 그린 반면, “날씨의 아이”는 비를 중심으로 인간의 생존을 고민하고 그 안에 피어나는 희망을 들여다봤다. “에반게리온”은 세계와 인간의 존재 여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도발적인 물음을 던지며 가장 공격적으로 세계의 끝을 어루만졌다.
정초부터 세계의 끝을 이야기한다고 부정탄다는 이들도 있겠지만, 세 작품이 오랜 세월 쌓아온 아성은 그들의 푸념에 흔들릴 만큼 가볍지 않다. 평소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푹 빠져있던 이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행사 정보
일시 | 2022년 2월 1일(수) ~ 15일(수)
장소 |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아트힐 2층,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