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재로 만든 TV로그, “living in a state of constant regret”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내 일상이 영화가 된다면 어떨까? 누구나 해볼 법한 생각이지만, 막상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 그 단순한 생각을 독특한 형태의 영상으로 제작한 이가 있다. 작년부터 유튜브에 시네마틱한 브이로그와 TV로그를 업로드하는 유튜버 안나 마리아 루이사(Anna Maria Luisa)의 ‘TVlogs’ 시즌이 바로 그것. 위 영상은 그녀의 TV로그 시리즈 중 마지막 에피소드다.

영상은 전화 부스 안에서 끊임없이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TVlog’, ‘Anna Maria Luisa 주연’이라는 자막이 등장하고, 마치 한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듯한 기대감을 한껏 품게 한다. TV와 브이로그를 결합한 형태의 영상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전화 부스 속 장면은 다이어리의 ‘목요일’ 칸에 배치된다. 그로부터 두 칸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곧바로 현재 시점인 ‘토요일’의 장면들이 나열된다. 이후 바쁘게 바뀌는 컷과 따듯한 색감으로 가득 찬 시퀀스들을 한껏 즐기다 보면 어느새 영상 끝에서는 다시 전화부스로 돌아오게 되고, 첫 화면에서 애타게 누군가를 부르던 전화기는 바닥을 향해 주렁주렁 매달리며 영상이 끝난다.

“living in a state of constant regret(끝없는 후회 속에 살아가기)”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과거의 향수를 느끼며, 어린 시절의 자신과 소통하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TV로그 형식의 영상이다. 이는 브이로그와 영화의 양극성을 모두 담고 있다. 밥을 먹고, 거리의 풍경을 지나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브이로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안나 마리아는 이러한 일반적인 장면을 시네마틱하고 새롭게 연출했다. 빠른 호흡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컷의 배치, 디졸브를 활용한 부드러운 장면 전환, 쉴 새 없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음악들, 캘린더를 이용한 시간의 트랜지션까지. 섬세하고도 미학적인 방식으로 한없이 시시하게 느껴질 법한 주변 풍경들에 자전적이고 진정성 있는 서사를 결합하여 하나뿐인 스토리를 가진 영상으로 재탄생시켰다.

어항 속 헤엄치는 금붕어와 욕조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물길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는 것처럼 단순한 장면의 변화에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것 또한 그녀의 영상이 주는 매력 중 하나. 특히 장면과 어우러지는 음악들의 배치가 탁월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또한 영상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21살이었던 과거의 나 자신과 연결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스팸 전화로 만들어 현재의 나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

영상 초반의 내레이션 이후,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내 번호를 찾는듯한 장면이 이어진다. 과거의 자신에게 걸려 오는 스팸 전화는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일상을 공유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자 한다. 반대로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젊음을 북돋아 주고, 그 시절의 편안함과 불확실성을 모두 안고 가라고 조언하고자 한다. 과연 ‘나’는 과거의 내 전화를 받을까?

“향수의 층으로 질식된 현재. 나는 좀 더 가만히 서서 세상을 관찰하고자 한다. 이 비디오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그녀가 덧붙인 설명처럼, 이 영상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친근한 공감이나 아련한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일상적이면서도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면, 혹은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따뜻한 온기의 언어와 장면으로 가득 찬 그녀의 영상을 확인해 보자.

Anna Maria Luisa 유튜브 채널


이미지 출처 | Anna Maria Lu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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