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통해 도(道)에 접근하는 개념의 ‘음도’를 창시한 실험음악가 김병덕. 95년 발매된 4집 [New Trilogy]의 후속작 [After Long Silence]가 24년의 공백을 깨고 발매되었다. 작년 3월 대한 일렉트로닉스(Daehan Electronics)를 통해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Experiment No. X]은 과거의 발자국을 되짚는 몸풀기였을 뿐, 이번 신보에 담긴 내용은 또 새롭다.
김병덕에게 한국적인 소리란 그 깊이와 철학적 의미를 가늠하기 힘든 자연에 무한히 가까운 것. 수록곡 “Shaman Dance”는 무속 신앙이 야만의 것이란 통념에 정면 도전한다. “Awakening”으로 시작한 앨범은 도회지의 부산함을 표현한 “Time Sketches”, 그리고 기타 명상곡집 “Guitar Meditations”으로 이어진다.
앨범의 꽃은 단연 4악장으로 나눠 녹음한 “Guitar Meditations”다. 김병덕이 명상하며 연주했음이 분명한 본 곡은 섬세한 감상을 요한다. 때론 종소리와 바람 소리로 변모하는 그의 기타음. 김병덕의 창작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부산 떨기나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영국의 커브드 푸셔 스튜디오(Curved Pusher Studio)에서 마스터링을 한 앨범 [After Long Silence]은 2장의 레코드 음반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나라의 비트볼 뮤직(Beatball Music)과 미국의 라이트 인 더 애틱 레코즈(Light In The Attic Records)에서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