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기반의 얼터너티브 힙합 크루 그랙다니(Grack thany)가 앨범 [Wafer]를 발매했다. 이는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던 전작 [8luminum]에 이어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본작은 선공개되었던 “Ingot”과 “Dust(ft. syndasizung)”를 포함한다.
크레딧을 보면 크루 내 활동량이 두드러지는 몰디는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중추적인 프로듀서 사일러밤(Sylarbomb)은 자신의 지분을 양보한 인상이다. 그것은 다양한 프로듀서와의 협업을 통해 그랙다니의 또 다른 방향성을 도모한 것이 아닐까. 프로듀서 션맨(Syunman)은 이전 컴필에서 이어지는 인트로 트랙 “intro M“과 아웃트로 “outro m”을 맡았고, 블랙 AC(Black AC)는 그들의 산실인 문래동 작업실을 다룬 트랙, “문”과”래”라는 쌍둥이 곡을 만들었다. 이렇게 컴필레이션 안에서 프로듀서들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한다. 또한 트랙을 많이 쌓지는 않았지만, 곡대부분의 구조는 시간에 따라 변화가 많은 편. 더구나 본작에서는 그들의 특이점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가 직접적으로 강조되었다. 오토바이에서 영감을 얻은 “phoenix”나 페라리 사의 레이싱 타입에서 영감을 얻은 “Fxx K”를 통해 속도감을 드러내기도. 후반부 “래”에서는 그들 작업실 아래 공장에서 발생하는 자극적인 사운드를 따오듯 디스토션이 많이 걸린 베이스를 사용하고 피처링으로 참여한 소주퀸(thesojuqueen)의 거친 랩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면서도 그저 다양한 곡을 들려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랙다니가 공유하는 일관된 색채를 더 강화하는 효과를 준다.
[8luminum]과 비교했을 때 늘어난 피처링진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Fxx K”의 제레미 퀘스트(Jeremy Que$t)는 살짝 보컬 프라이 섞인 랩을 구사한다. “Rocket”에서 몰디는 목소리의 피치를 올려 녹음한 훅으로 청각적 다양성을 꾀했는데, 여기에 ‘QWER’의 보컬이 조화를 이룬다. “문”에서는 인상적인 피아노 소리 위에 최근 ‘하우스 오브 반스 뮤지션스 원티드(House of Vans Musicians Wanted)’ 에 선정된 머드(Mudd)가 일견 솔직한 가사로 트랙에 날 것의 느낌을 더했다. 이미 공개된 “Dust”에서는 신다사이정(Syndasizung)이 독특한 창법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상기한 트랙들은 “문”을 제외하면 트랩의 문법과 가까운데, 트랩 비트 쪽으로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 비중을 높였지만, 그 외의 “Dropship”, “지식인”과 같은 인더스트리얼인 사운드가 주가 되는 곡에는 몰디 혹은 너브셋(Nubset)이 분위기에 잘 맞는 랩을 구사한다. 전반적으로 한 곡 안에서도 변화가 많아 흥미롭지만, 그랙다니의 색은 흐려지기는커녕 더욱더 또렷이 드러난다. 직접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