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그래프를 보며 마음 졸이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된 지금, 매일 같이 정부에서 보도하는 확진자 수, 거리두기 방침, 경고와 당부성 발표에도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급한 소시민들은 쉽게 피로하고 무감각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외부의 자극과 변화에 유달리 예민하게 반응하는 직관이야말로 예술가가 지닌 제3의 피부라고 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지구적 급습은 일상을 살아가는 회사원과는 다르게 똑같은 인간이면서도 단순히 직업적인 분류로만은 설명하기 힘든 ‘예술가’에게만큼은 유달리 강렬한 영감으로 찾아왔을지도 모르는 일.
이미 VISLA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에서 꾸준히 소개하듯, 팬데믹 기간 내 예술가들의 새로운 작업물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거나 심연으로 더 깊게 빠져드는 여정 또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형태로 발현됐다. 여기 뉴욕에서 활동하는 실험 음악가 니키 마오(Nicky Mao)가 최근 히로 콘(Hiro Kone) 프로젝트로 발표한 앨범 [Silvercoat the Throng] 또한 그가 지금껏 선보인 작업물 중에서 가장 개인적인 성향을 띠는데, ‘공간을 채우고 싶은 충동에 저항할 것’이라는 지시에 따라 앨범의 방향성을 설정하며 과거 앨범에서 뼈대를 이뤘던 강렬한 리듬으로부터 탈피하는 기술적인 변화에 이른다. 클럽과 공연이 부재한 현실에서 그가 택한 방식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유영하는 일이었다.
팬데믹은 인간이 불확실성의 공포 앞에서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리고 히로 콘의 [Silvercoat the Throng]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이 강력한 역병이 초래한 시간의 균열을 탐색한다.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는 것, 자기 존재를 인식하는 것. 우리는 코로나의 심연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