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래퍼 위키(Wiki)가 세 번째 정규 앨범 [Half God]을 발매했다. 16개 트랙으로 꽉 채워진 이번 앨범의 프로덕션은 동료 뮤지션 네이비 블루(Navy Blue)가 맡았으며, 피쳐링으로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마이크(MIKE), 레미 뱅크스(Remy Banks) 등이 참여했다.
[Half God]에는 위키가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 감정과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이를 위한 표현 수단이 된 위키의 랩은 그 스타일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짜임새가 견고하여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위키의 삶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 친구, 도시, 사랑, 범죄 등 어느 한 주제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내용들을 가사에 풀어냈다. 그의 표현은 담담하기도, 거칠기도, 철학적이기도 하며, 때로는 동료 래퍼의 입을 빌리기도 한다.
사려 깊은 사운드로 위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네이비 블루의 프로덕션 또한 앨범에서 주목해볼 만한 부분. 뉴욕 힙합 신에서 차츰 두각을 드러내온 그는 본인의 솔로 앨범 여러 장을 완성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창작욕을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에서 차분하게 분출하고 있다. 브랜드 슈프림(Supreme)의 스케이터이자 모델로서의 활동하는 그가 뮤지션으로서의 자아를 분리시킨 모습은 ‘Half’라는 단어의 의미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온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반갑다. 뉴욕을 터전으로 삼고 활동해온 래퍼가 어떤 고민과 흔적을 앨범에 녹여냈는지, 잠시 함께 걷는 마음으로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