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란 줄임말을 들어보았는가? 한때 성행하던 유행어 중 하나로 ‘단순, 무식, 지랄’의 준말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단순’이라는 것이 무식함 또는 지랄맞음 따위와 견줄 수 있는 무게의 개념으로 인식되고는 하는데, 참으로 ‘단순’의 입장에서는 비통하기 짝이 없을 정도. 불필요한 것들을 소거하고 과잉된 것들을 진정시키며 본질만 남기는 ‘단순함’이야 말로 세련된 개념이라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도 여전히 ‘단순’이라는 단어가 지닌 어감과 인식을 못 벗었다면 여기 ‘단순함’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앨범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맴피스(Memphis) 출신의 기타리스트 브래드 앨런 윌리엄스(Brad Allen Williams)가 새 앨범 [œconomy]가 컬러필드 레코즈(Colorfield Records)를 통해 선공개했다. 비랄(Bilal), 네이트 스미스(Nate Smith)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여러 장르를 오간 배테랑 기타리스트인 그. 특히 일전에 발표한 그의 솔로 앨범 [Lamar]의 경우 지미 스미스(Jimmy Smith)의 계보를 이을 정통 소울 재즈(Soul Jazz)를 선보임으로써 재즈 신(Scene)을 흔들어 놨던 그가 이번에는 정통적인 모던 재즈가 아닌 드러머 마크 길리아나(Mark Guiliana)와 함께 새로운 재즈 음악을 선보였다. 그것도 아주 정제되고 세련된 방식으로 말이다.
광활하게 유영하는 아르페지오와 촘촘한 디스토션을 통해 정제된 재즈는 화려했던 기성 재즈를 단순한 형태로 가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halcyon”와 같은 트랙은 매끈하게 후가공 된 스텐인리스 금속에 비친 그랜트 그린(Grant Green)이 2023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손 내밀고 있으며, “inner life”를 들을 때면 단색화 앞에 서 있는 지미 폰더(Jimmy Ponder)가 아른거린다. 나아가 로니 리스톤 스미스(Lonnie Liston Smith)나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 등 선대 재즈 거장들에 대한 존경과 자신이 구축 중인 재즈 세계에 대한 포부가 앨범을 관통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하지만 무식하지 않으며 날카롭고 섬세하지만 지랄맞지 아니하다.
현악기 편곡이 비행기 안에서 다 이뤄졌다는 일화와 기타를 앰프가 아닌 무그(Moog)사 신디사이저에 연결한 작업 방식은 그간의 지식과 감정이 한순간에 얽혀서 나타난 즉흥과 우연이 ‘단순’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위해 일깨워준다. 이처럼 정제된 단순함으로 ‘세련됨’을 몸소 보여준 그.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단무지’가 아닌 ‘무지’라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고 식사 중 ‘실례가 안 된다면 무지 좀 더 주시면 안 될까요?’와 같은 황당한 질문은 삼가자는 당부와 함께 브래드 앨런 윌리엄스와 신흥 강자로 부흥 중인 컬러필드 레코즈의 행보를 신속하게 확인해보자.
Brad Allen William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Colorfield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Colorfield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