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계 거장들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마드 자말(Ahmad Jamal)이 지난 16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딸 수마야 자말(Sumayah Jamal)에 의하면 사인은 전립선암 합병증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자말은 60년대 쿨 재즈 시대의 막을 연 주요 인물이다. 1951년, 그는 당시 21세의 나이로 재즈 트리오 쓰리 스트링스(Three Strings)를 결성한 후 “Poinciana”, “Billy Boy” 등의 여러 수작을 남겼다. 트리오는 1962년 해체됐지만, 자말은 오늘날까지도 피아니스트로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재즈의 살아있는 역사로 자리해 왔다.
연주 간 독특한 긴장감, 가벼운 터치와 같은 미니멀한 그의 연주 기법은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맥코이 타이너(McCoy Tyner)를 비롯해 많은 재즈 거장에게 영향을 미쳤다. 동시대 대표적인 재즈 음악가 버드 파웰(Bud Powell)이 빠른 템포의 즉흥적인 기교가 돋보이는 연주를 구사했다면, 자말은 절제된 리듬과 자연스러운 터치로 모던 재즈의 느긋하고 풍부한 맛을 선사했다.
당시 성행하던 비밥 피아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한 아마드 자말.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석적인 리듬 섹션에 집중한 그의 연주는 살아있고 깊이가 남다르다. 그는 영면에 들어갔지만 그가 남긴 문화적 유산은 영원할 것. 부디 하늘에서도 아름다운 연주를 이어가길 바라며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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