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곡가 포레스트 소드(Forest Swords)의 새 앨범 [Bolted]가 지난 10월 20일 ‘닌자 튠(Ninja Tune)’을 통해 발매됐다.
네오 사이키델리아과 앰비언트 덥 등이 뒤섞여 한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운 포레스트 소드의 음악은, 매번 특유의 환각적이고 주술적인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그의 2010년 EP [Dagger Paths]와 2013년 정규 앨범 [Engravings]는 평단에서도 호평받은 바 있다. 2017년 발매한 정규 앨범 [Compassion]은 관현악이나 성악 샘플 등의 사용으로 희망찬 분위기를 띠며, 전작들에 비해 작곡 스킬이 대폭 발전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2018년의 믹스 앨범 [DJ-Kicks: Forest Swords]의 수록곡 “Crow”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천만 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대중적인 주목 또한 받고 있다.
이후 포레스트 소드는 몇 편의 영화나 게임의 OST 작업을 맡아 오다, 지난 2022년 그의 고향인 리버풀의 창고에서 [Bolted]의 작업을 시작했다. 밴드캠프의 앨범 소개에 따르면, 이번 작업 또한 우울과 행복, 무채와 유채, 과거와 미래,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음악들을 담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Bolted] 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앰비언트 덥을 기반으로 사이키델릭하고 인더스트리얼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의도한 글리치와 우연히 녹음된 노이즈를 구별하기 어렵고, 포레스트 소드 특유의 잘린 보컬 샘플들이 유령처럼 떠돈다.
다만, 전작 [Compassion]에 비해 [Bolted]의 분위기는 더욱 어둡다. 타이틀 곡 “Butterfly Effect”를 예로 들자면, 날 선 느낌으로 깎인 타악기와 금속성의 신디사이저, 스웨덴 가수 네네 체리(Neneh Cherry)의 왜곡된 보컬 샘플이 어떤 아픔을 호소하듯 연주된다. “Munitions”처럼 귀를 찌르듯 갈라진 드럼 소리나, “Rubble”이나 “The Low”, “Chain Link” 등 많은 트랙에서 들리는 마림바의 울림은 앨범의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난 7월에 포레스트 소드는 [Bolted]의 몇 곡을 선공개하며, 앨범을 녹음하게 된 동기에 대해 밝혔다. 이전에 그는 다리를 다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환각적인 통증(psychedelic amounts of pain)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시도였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앨범은 더욱 어떤 아픔과 우울함이 연상된다. 앨범 마지막 트랙 “Line Gone Cold”은 2021년 별세한 덥 뮤지션 리 “스크래치” 페리(Lee “Scratch” Perry)의 목소리로 끝나는데, 때문에 앨범의 우울함은 구체적인 슬픔의 모습도 띠는 듯하다.
그럼에도 묵직하고 느린 드럼과 더불어, 슬픔을 이겨내겠다는 우직한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포레스트 소드의 [Bolted]는 청자를 아프게 하면서도 그것을 이겨내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전쟁 전의 북소리처럼, [Bolted]는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앨범임이 틀림없다.
언제나 아이러니한 희망을 담고 있는 포레스트 소드의 새 앨범을 함께 감상해 보자.
Forest Swords 공식 홈페이지
Forest Swords 공식 밴드캠프 계정
이미지 출처 │ Forest S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