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서양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주요 목관악기이자 최고음역을 자랑하는 플루트(flute)는 재즈에서 색소폰이나 트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웅장하고 엄숙한 색소폰 사운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재즈는 플루트의 청량하고 맑은소리를 조화롭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플로리안 슈나이더(Florian Schneider)가 가장 처음으로 다루게 된 악기가 플루트라는 사실이 우연이 아니듯, 이 악기가 지닌 독특한 음색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해왔다.
‘세계 최고의 음악 매거진(The best music magazine on the planet)’이라는 이름으로 주옥같은 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왁스 포에틱스(Wax Poetics)는 2년 전, 디제이 멘토스(DJ Mentos)의 [Flute Funk Mixtape]를 공개한 적이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힙합과 재즈, 소울 장르에서 인정받은 그는 아무도 쉽사리 시도하지 않았던 믹스테잎을 공개하면서, 플루트의 독특한 음색을 엿볼 수 있는 훵크와 소울, 그리고 브레이크 장르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을 선보였다. 허비 만(Herbie Mann), 휴버트 로스(Hubert Laws), 그리고 유세프 라티프(Yusef Lateef)까지, 잘 알려지지 않는 플루티스트의 트랙까지 모두 담았다.
첫 번째 믹스테입을 공개하고 2년이 지난 뒤, 그는 두 번째 믹스테잎 [Gimme The Flute: Volume 2]를 며칠 전 그의 믹스클라우드(Mixcloud)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58분 동안 이어지는 그의 바이닐 셀렉션은 레코드 숍에 산더미처럼 쌓인 바이닐을 뒤지는 데 혈안이 된 사람부터 음악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준비했다. 여기에는 소울 뮤직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부터 재즈 훵크의 선구자 로이 에이어스(Roy Ayers), 그리고 재즈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 유세프 라티프까지 한때 시대를 이끌었던 아티스트의 트랙이 포함되어있다.
단순한 음악 아카이브가 아닌, 트랙 간의 밸런스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익숙하지 않은 플루트의 훵키한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번 믹스테잎을 직접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