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네덜란드 한 고등학교에서는 여느 해와 같이 일 년을 마무리하는 프롬(prom)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배경, 공간에 흐르는 음악은 주인공이 아닌지라, 무대를 거쳐 가는 공연에 사람들은 절반의 관심도 없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던 중 두 명의 앳된 남학생이 단상에 올라 악기를 잡자, 놀라운 공연이 시작되었다.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과 관객의 어리둥절함을 노린 무대 구성의 듀오 류크 앤 코(Leuk en Ko)는 얀 다우븐폴든(Jan Duivenvoorden)과 리차드 판 덴 보헤르트(Richard van den Bogaert)가 그해 재미 삼아 만든 그들만의 장난감이었다.
류크 앤 코(Leuk en Ko)의 공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계산된 혼란’이었다. 시, 즉흥연기, 춤 등이 음악에 용해되었고,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바닥에는 물과 밀가루가 섞여 질펀해져 있기 일쑤였다. 그들이 말하는 ‘계산된 혼란’의 핵심은 자신만을 위한 행위와 이에서 소외된 관객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시도였다. 이같이 바닥부터 실험적인 류크 앤 코의 행보는 9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으나 그들의 음원은 단 한 번도 발매된 적 없었다.
90년대 초반, 얀 다우븐폴든과 리차드 판 덴 보헤르트는 유럽 애시드 테크노(Acid Techno), 플래닛 록(Planet Rock) 장르의 ‘언더그라운드 레지스탕스’로 평가받는 그룹 유닛 뫼비우스(Unit Moebius)에 합류했다. 그리고 유닛 뫼비우스의 성공과 스페인으로 이주한 리차드 판 덴 보헤르트와의 거리적 한계로 류크 앤 코 활동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시간이 지나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기반 러버 레코즈(Rubber Records)가 류크 앤 코의 “De Snoei 1”가 녹음된 테이프를 구해 컴필레이션 LP [World of Rubber 3]에 수록, 발매하기 이른다. 이에 크게 만족한 유럽에서는 류크 앤 코가 누구인지, 또 더 맛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음반사에 쇄도하게 되었고, 이에 러버 레코즈는 류크 앤 코의 잊힐 뻔한 음원들을 모아 LP [Monniken In ‘t riet]를 올해 9월 22일 최초 발매했다.
변화가 지배하는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이 언저리 누구나 빠지게 되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아름답거나 ‘이불을 걷어차게 되는’ 추억의 원인인 폭발적인 에너지는 그 세계만의 전유물이다. 그러기에 유럽 언더그라운드 음악사에 발자취를 새기는 이들의 과거와 지난날의 힘, 또 그 결실을 지금의 당신도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줄스 파이퍼(Jules Feiffer)가 말했듯, 어른이란 사춘기로부터의 일시적 휴식에 불과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