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그는 미국 출신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재즈 역사상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재즈곡─70곡─을 녹음한 거장이다. 재즈가 다른 장르로부터 가장 큰 차별성을 지닌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 즉흥연주)의 선구자 역할을 한 몽크는 “Straight, No Chaser”, “Ruby, My Dear”, “Ask Me Now”를 비롯한 재즈 발라드를 세상에 남기며 지금까지도 크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재즈 스탠더드 “Round Midnight”는 동시대의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와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Bill Evans)에 의해 연주되면서 본인을 대중에 더욱 알렸다.
몽크는 피아노 연주를 특이한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예를 들어 트랙이 진행되는 끝부분의 적막 속에 피아노를 툭 하고 친다던가, 연주 도중 춤을 추고, 거친 숨소리를 내거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갖가지 극적 요소를 가미했다. 당대의 재즈 평론가 필립 라킨(Philip Larkin)은 그의 작법을 ‘피아노를 연주하는 코끼리(the elephant on the keyboard)’에 비유하며 평가절하했고, 몽크는 재즈 주류계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한 이단아였다.
그러나 단편적인 사실로 그의 음악적 결실이 모두 배척되었다 하기엔 무리일 것. 몽크는 활동 후반기 블루 노트(Blue Note)와 리버사이드 레코드(Riverside Records)와 같은 저명한 재즈 집단에 소속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나아가 재즈 음악에서 즉흥성이 곡의 생동감을 부여하며 창의성과 다양성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평가받으면서 몽크의 위상도 올라갔다. 비록 그의 음악이 어렵고 복잡다단하다는 평은 사망 직전까지 쫓아다녔지만.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몽크는 더는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불명확한 정신 질환을 앓으며 지냈다. 그리고 몇 년 채 지나지 않은 1982년 2월 17일,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사망한다.
그가 사망하고 6년 뒤인 1988년, 몽크의 삶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lonious Monk: Straight, No Chaser”가 제작된다. 1986년에는 후대 재즈 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교육 집단 ‘Thelonious Monk Institute of Jazz’이 창립되며 그를 기리는 행위가 이어진다. 비록 장밋빛 인생을 살아온 몽크는 아니지만, 피아노 앞에서 그의 모습만큼은 아름다웠을지 모른다. 세상을 떠난 지 어언 36년이 된 오늘, 하단의 영상을 통해 그를 추모하는 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