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피를 이어받은 1990년생 프로듀서 니콜라스 자(Nicolas Jaar)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 A.A.L.(Against All Logic)의 이름으로 일종의 편집 앨범 [2012-2017]을 발표했다.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칭송받는 뮤지션이 대개 그렇듯, 실험적인 시도와 뿌리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범지구적인 사운드로 평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가 최근 슬며시 내놓은 이 앨범의 싱글컷 “I Never Dream”은 전작 [Sirens]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흩뿌리고, 공간과 소음을 고찰한 사뭇 진중한 실험이었던 것과는 달리 베테랑 전자음악가가 툭 던져놓은 편안한 댄스 트랙처럼 다가온다 ─ 니콜라스 자의 기존 음악보다 더 댄스플로어에 착 달라 붙은 전체적인 이 앨범의 무드가 곧 A.A.L.의 정체성인 듯하다 ─ .
“I Never Dream”은 개별적인 요소가 빛나지는 않지만, 소리가 서로 어울려서 순환하는 마술 같은 힘이 있다. 따사로운 신시사이저와 브레이크 비트, 너무 진하지 않게 이국적인 향을 피우는 보컬은 묘한 긴장감 뒤로 조금씩 심신을 이완한다. 그는 마치 너무 달거나 짜지 않은 음식이 오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숙련 요리사의 마음가짐처럼, 자신이 내는 소리에 지나친 자극을 경계하는 듯하다. 니콜라스 자의 음악을 즐기는 리스너라면 아마도 추상회화 같은 물감 냄새나는 미술 장르를 떠올리기 쉬울 텐데, 그것은 그의 탁월한 콜라주 능력을 바탕으로 조합한 소리가 음악이 지닌 추상성과 만나 감상자에게 음악을 넘어 색과 형태, 질감을 펼쳐놓는 까닭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또 한 번의 실험처럼 들리는 이 곡이 사실, 2015년에 A.A.L.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는 것 ─ 그는 처음 A.A.L.로 곡을 발표할 때, 본인임을 밝히지 않았다 ─ . 직접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