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독일 뒤셀도르프(Düsseldorf)에서 결성된 밴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는 자타공인 전자음악계의 선구자다. 매우 차갑지만, 그 이상으로 따뜻하다며 그들의 음악을 묘사한 비요크(Björk)의 미묘한 말처럼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밴드. 기계음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수많은 후배 음악가에게 크나큰 영감이 되어온 크라프트베르크는 각종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일화를 꼽으면 공연 시 노출을 피하고자 자주 마네킹이나 로봇을 무대에 대신 세우는 점인데, 가끔 실제로 무대에 오르더라도 미동 없이 서 있는 이들의 자세는 자신들의 음악 세계만큼이나 견고하다.
한 치의 오차 없는 드럼머신처럼 라이브 공연 시 시간약속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크라프트베르크는 40년이 넘게 지나도 참신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 일례로 저번 주 금요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의 슐로스광장(Schlossplatz)에서 펼쳐진 재즈 오픈 페스티벌(Jazz Open Festival)에서 크라프트베르크는 우주와 통신했다. 인류의 우주탐사 최전선에서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은 크라프트베르크가 노래해온 기계문명의 가장 위대한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그런 국제우주정거장에 현재 거주 중인 독일인 우주비행사 알렉산더 거스트(Alexander Gerst)의 얼굴이 슐로스광장 한 면을 가득 채운 영사막에 등장해 크라프트베르크와 1978년 발매된 [The Man-Machine] 수록곡 “Spacelab”의 선율을 연주하자 전율이 행사장을 감쌌다. 다음은 거스트가 언급한 내용의 전문이다.
“지구의 일상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 중인 이곳은 ‘Spacelab’의 계보를 잇는 유러피안 콜럼버스 연구소(European Columbus Laboratory)다. 이곳에서는 100개가 넘는 국가가 평화의 이름 아래 모여 각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을 성취하며 후일을 대비해 지구의 생명을 우주로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지평선을 넘어 달로, 그리고 화성으로. 그러니 계속해서 미래의 음악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