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벽으로 서구를 양분하던 소련이 무너진 91년, 체코슬로바키아에도 서서히 민주화의 바람이 불었다. 예술가의 사고까지 규제한 공산체제가 사라지며, 이윽고 기지개를 편 이들이 있었으니 프로듀서 인드르지흐 파르마(Jindřich Parma)도 그중 하나였다.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그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당시 아직 신출내기 가수에 불과한 까리야(Karya)의 목소리. 그리고 이 둘이 힘을 합쳐 완성한 곡은 꿈결 같은 선율의 “Muž Ze Skla”다.
독일의 사아다 보네르(Saâda Bonaire)가 담아낸 쿠르드(Kurd)족의 특성처럼 체코슬로바키아를 담은 인드르지흐 파르마의 “Muž Ze Skla”. 신시사이저와 코러스 샘플로 그가 그려낸 동유럽의 전경은 발레아릭(balearic)으로 소화되어 부드럽다. 여담으로 까르야는 이후 출세해 90년대를 풍미한 대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인드르지흐의 개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량만 제작돼 유통되었기에 사실상 까르야의 데뷔곡인 “Muž Ze Skla”는 그녀의 성공에 기여한 바가 없다. 어찌 되었건 그가 수록된 7인치 음반을 발굴해 12인치 싱글 [Muž Ze Skla]로 재발매한 레이블은 스마일링씨(Smiling C). 모로코 힙합 OG를 재조명하며 올해 1월,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의 움직임은 하나하나가 화제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