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한국 1세대 즉흥, 노이즈 음악 밴드 Puredigitalsilence

‘강아지 문화 예술’을 기억하는가. 97년 등장한 강아지 문화 예술은 한국 1세대 인디 레이블로 3호선 버터플라이, 옐로우 키친(Yellow Kitchen), 갱톨릭(Gangtholic) 등을 포함한 당대 DIY 아티스트의 놀이터였다. 각자의 철학과 주관을 존중하는 분위기 속 이들은 교류했고 그 주고받기는 곧 녹음되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97년, 강아지 문화 예술은 레이블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이자 가까운 아티스트들의 당시를 담은 [One Day Tours]를 발매했다. 그리고 이에 수록된 9곡의 대미는 아스트로노이즈(Astronoise)의 “The World (is a smattering of Greek)”였다.

이전부터 노이즈에 가까운 록과 데스메탈, 나아가 일본의 메르츠보우(Merzbow)를 듣던 두 학생이 96년 결성한 아스트로노이즈. 이들은 사회가 재단한 음악과 음악이 아닌 영역의 경계에 불만 많은 학생이었다. 통상적이지 않은 소리로 작곡하는 아스트로노이즈는 공연 때마다 대중의 적대감을 몸 저리게 느꼈단다. 언젠가는 누가 직접 무대에 올라와 앰프를 꺼버린 적도 있다고. 이들의 공연을 본 밴드 곱창전골의 사토 유키에(佐藤行衛)는 “귀가 바보 같게 되었다”고 말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음악적 선율이 없는 굉음. 이는 분명 두 학생의 블랙 조크, 즉 의도된 바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스트로노이즈의 음악은 누구에겐 듣기 힘든 잡음에 불과했으나 누구에겐 기다리던 허락과도 같았다. “아, 이렇게 음악 해도 되는구나”. 이는 타 매체와 인터뷰한 즉흥 음악가 류한길의 말이다. 아스트로노이즈는 공식적으로 기록된 한국 최초의 노이즈 음악가이며 그를 기점 삼아 한국의 즉흥, 노이즈 음악계는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스트로노이즈의 두 학생은 97년, 생각이 비슷한 두 명을 섭외해 프로젝트 밴드, 퓨어디지탈사일런스(Puredigitalsilence, 이하 PDS)를 결성했다. 상술한 음악관을 정적인 밴드 음향으로 풀어낸 이들은 98년, 앨범 [Circumfluence]를 발표하기 이른다. 소음과 질감을 비롯해 음악 외적인 것으로 쉽게 여겨지는 요소에 집중한 네 젊은이의 결과물. 프리즘에 산란한 빛처럼 악기 음은 왜곡되어 모래알 같은 질감으로 남았고 당시 소수만 유통된 음반은 수집가 여럿의 위시리스트에 자리했다. 그리고 올해 겨울, 음반 레이블 대한 일렉트로닉스(Daehan Electronics)가 PDS의 [Circumfluence]를 바이닐 음반에 담아 재발매했다. 음악의 안전지대 그 너머를 엿볼 실마리를 제시한 PDS의 초기 작업물. 당시 사운드 엔지니어를 난감하게 한 PDS의 음향이 이젠 손 닿을 만큼 가깝게 다가왔다.

 

PDS의 [Circumfluence] 바이닐 음반 재발매를 기념하는 행사가 12월 23일 일요일, 합정동 소재 무대륙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는 저녁 7시, [Circumfluence]를 작업하는 PDS의 98년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PDS”의 최초 공개와 함께 시작한다. 구성원의 일상과 작업기를 담은 “PDS”에는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베뉴에서 공연하는 이들의 모습도 어렴풋이 담겼다고. 상영회의 뒤를 잇는 PDS 라이브 공연은 15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제각기 음악 활동을 지속한 PDS 구성원의 재결합이다.

본 VISLA 매거진의 취재에 PDS가 답했다. “연주하는 이와 듣는 이는 서 있는 위치만 다를 뿐, 똑같다”. 현장에서 공유하는 즉흥, 노이즈 음악의 경험. 듣는다는 행위를 다시금 인지할 기회가 될 것이다. 직접 확인해보자.

Balloon & Needle 공식 웹사이트
대한 일렉스로닉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일시 │ 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PM 19:00 ~ 21:00
장소 │ 무대륙 (마포구 토정로5길 12)
입장료 │ 15,000원 (음반 포함 : 40,000원)
예매 문의 │ curt.cliqu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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