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넷째 주 금요일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남들에게는 평범한 쇼핑 축제일지 모르나, 가수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팬들에게는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앨범을 굉장히 오랫동안 만들 뿐 아니라 피지컬 앨범과 머천다이즈(Merchandise)를 예고 없이 기습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지난 2016년과 2017년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머천다이즈를 발매했기 때문.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프랭크 오션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블랙프라이데이밖에 없다는 것이 팬들의 공론이었고, 그렇기에 지난 2018년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프랭크 오션의 레딧(Reddit) 커뮤니티 게시판은 일약 축제 분위기였다. 새로운 무언가가 발매될 것이라 확신했던 레딧의 프랭크 오션 팬들은 하나둘씩 공약을 내세우기 시작했는데, 프랭크 오션과 힙합 보이밴드 브록햄튼(BROCKHAMPTON)의 팬인 유저네임 레키톤(Rekkiton)도 마찬가지였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그는 ‘프랭크 오션이 블랙프라이데이에 무언가를 발매하지 않으면 브록햄튼의 스타일을 모방해 [SATURATION I,II,III] 시리즈 후속 앨범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라며 큰소리를 쳤고, 프랭크 오션은 그 글을 읽기라도 한 듯 아무것도 발매하지 않았다.
장난삼아 뱉은 공약이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레키톤은 곧바로 프로젝트에 착수하였고, 무려 6개월이 지난 6월 24일 [SATURATION IV]를 공개했다. 레키톤의 소개에 따르면 전문 뮤지션이 아닌 그의 앨범 작업을 돕기 위해 레딧과 디스코드(Discord)에서 전세계의 브록햄튼 팬 1,130명이 모였고, 6개월간 수많은 밤을 함께 지새우며 새로운 관계와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었다고. 마치 소년만화 속 주인공 같은 이들은 스스로를 브롱크햄튼(BRONKHAMPTON)이라고 칭하며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 브록햄튼의 팬으로써 ‘세계 최대의 보이밴드’를 지향한다. 비록 음악에서 느껴지는 아마추어의 냄새는 지울 수 없으나, 이런 브롱크햄튼의 실행력이야말로 인터넷 포럼 사이트에서 만나 결성된 브록햄튼의 팬들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쿨한 움직임이 아닐까. 아래는 레키톤이 남긴 소감문 전문이다.
6개월 전에 저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한 경험은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수많은 관계가 생겼고, 저는 우리끼리 나눴던 농담들을 한 순간이라도 놓칠 세라 단체 톡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기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늦은 밤 우리가 했던 통화와 웃음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수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졌으며,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서로와 친해졌다고 믿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느 순간 너무나 감정적이고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린 시절에 이런 프로젝트에 일원으로써 참여했던 적은 있었으나, 이런 창조적인 일을 통해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가 될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제게 그 무엇보다 특별한 기분을 줍니다. 혹시라도 당신에게도 이런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