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훵크, 디스코를 이제 좀 하기 싫어.”라고 나잠 수는 말했다. 서울에서 라이브 디스코 밴드를 고집해온 지 어언 11년 차에 접어든 작년 여름에 내뱉은 말이다. 이런 리더의 발언에도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는 굴하지 않고, 작년 가을 두 번째 정규 앨범 [Aliens]에서 여전히 훵크와 디스코를 선택한다. 더 나아가 2018년 연말에 펼쳐진 이들의 단독 콘서트는 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뤄 객석을 가득 메우기까지, 나잠 수가 하기 싫다던 훵크와 디스코로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이슬람 신도가 적은 한국에서, 이슬람 국가 왕이란 의미의 ‘술탄’을 밴드명으로 내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초창기, 장난스러운 시도가 절대 장난이 아니었음을 앨범 [Aliens]에서 확실히 입증한 듯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선택한 다음 단계는 처음 디스코를 제작할 당시를 돌아본 것이라고 한다. 허나 헤어 터번 따위를 다시 장착하진 않았다. 그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베이직한 이미지인 ‘Easy’를 타이틀로, [Aliens]에서 놓치고 있었던 편안함을 어필하려 한다고. 그렇게 탄생하게 된 앨범이 4월 30일 공개된 EP [Easy Listening For Love]다.
초심으로 돌아간 EP에 수록된 트랙 “Shining Road”는 “Caravan”의 연장선이다. 당시 막연한 사랑을 찾아 정처 없이 뜨거운 사막을 배회하던 외로운 이는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둘이 되었고, 배경은 뜨거운 사막에서 탁 트인 도로로 바뀌어, 오픈카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린다. 이를 배경으로 탄생한 뮤직비디오 또한 신선한 볼거리. “통배권” 비주얼을 담당한 그래픽 디자이너 나이니스트(NiNEIst)가 이번엔 픽셀 아트를 이용해 고이 접어둔 어린 시절 추억을 매만진다.
사실 사막을 배회하던 이가 찾아낸 짝은 다름 아닌, 곧 술탄의 새 앨범 [Easy Listening For Love]을 확인할 당신이다. 이제 그들이 건넨 손을 잡고, 준비된 차에 탑승하여 시원한 맞바람을 만끽하는 일만 남았다. 선선한 날씨, 술탄과 드라이브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