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에 설치된 녹음실 ‘스튜디오 베네치아(Studio Venezia)’.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은 추상이념 미술가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의 비정형 녹음실 머즈바우(merzbau)에서 영감을 얻어 나무를 이용해 불안정한 몰입형 스튜디오를 구축한다. 그리고 전시관의 두 큐레이터, 라이오넬 보비에르(Lionel Bovier)와 크리스찬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가 세계 각지의 음악가를 초청하여 공연 및 녹음을 진행했다.
‘스튜디오 베네치아’에 수많은 뮤지션이 다녀간 가운데, 엠비언트 뮤지션 지지 마신(Gigi Masin)과 기타리스트 조니 내쉬(Jonny Nash) 또한 초청받아 이들은 녹음실 환경에서 떠오르는 악상을 즉흥적으로 써 내려갔고, 동시에 녹음 또한 진행한다. 그리고 6월 17일 마침내 당시의 레코드가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피아노와 기타로 이루어진 앙상블은 총 여섯 곡, 통칭 [Nowhere From Postcard]로 묶여 조니 내쉬가 운영하는 레코드 레이블 ‘Melody As Truth’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미 두 뮤지션의 조합은 프로듀서 영 마르코(Young Marco)가 가세한 앙상블 트리오 가우시안 커브(Gaussian Curve)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폭의 풍경 수채화 같았던 세 뮤지션의 조화는 영 마르코가 빠졌지만 여전하다. 다만 가우시안 커브 특유의 반복보다 피아노와 기타가 의지한 채 흘러가는, 즉흥적인 선율은 마치 아름답게 떨어지는 점과 같다. 그리고 ‘스튜디오 베네치아’의 공명과 함께 점들이 모여 이윽고 은은한 화풍의 점묘화를 탄생시킨다. 두 뮤지션이 그려낸 풍경을 직접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