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LA VISITS: 惡AI意 / ATTACK SS Against Tour @Baby Doll

과거 ‘젊음의 거리’라고 불렸던 신촌. 홍대에 별다른 신(scene)이 없던 시절부터 이대와 신촌에는 많은 공연장이 있었고,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터전이 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그 자리를 점차 홍대에 내어주기 시작, 신촌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잊혀 갔다. 이런 신촌에 홍대를 떠돌던 뮤지션들이 모여 공연장을 새로 만들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것도 상당히 시끄럽고 재미있는. 이 공연장 겸 바의 이름은 바로 ‘베이비돌(Baby Doll)’. 베이비돌을 운영하는 개럿(이하 G), 이건희(이하 L), 홍진호(이하 H)를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지난 7일 키타큐슈의 하드코어 레전드 ‘惡AI意’가 베이비돌을 찾았던 날, 그들과 나눈 담백한 대화를 하단에서 즐겨보도록 하자.


각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L: 나는 데드보이의…

H: 베이비돌이잖아.

L: 아, 베이비돌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이건희라고 한다.

G: 베이비돌에서 에어컨 안 끄는 개럿이다.

H: 베이비돌에서 물을 관리하는 홍진호다. 수도관을 터트리곤 한다.

베이비돌은 어떤 곳인가.

L: 공연장이다.

H: 와… 맥주를 마셔야겠다. 맨 정신으로 인터뷰하니까 너무 부끄럽다.

G: 내 것도 가져와 줘.

L, H, G: (딸깍), 꿀꺽.

G: 키야, 맥주 진짜 시원하다. 여기가 어디지? 베이비돌이구나!

베이비돌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L: 술을 마셨으니 이제 대답을 잘할 수 있다.

G: 공연하러 해외 투어 갔을 때 모든 도시에 펑크 바가 있었다. 우리끼리 서울에도 그런 바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건희랑 홍대에 데드보이라는 바를 만들었다. 하지만 데드보이는 크기가 너무 작았지. 그래서 공연이나 파티, 뒤풀이하기 힘들었다. 사람이 많이 오면 불편해서 다들 밖에 나가서 담배만 피웠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졌다. 마침 데드보이 계약이 끝나서 진호랑 건희랑 같이 야 진짜 더 재밌는 거 해보자고 해서 베이비돌을 시작하게 되었다.

H: 지금 안 하면 이런 공연장 겸 바를 영원히 못 할 것 같았다.

G: 베이비돌은 꽤 커서 공연 말고 영화도 보고 놀 수 있다.

L: 재미있게 놀려고 시작한 거지.

H: 철권도 하고.

L: 마침 GBN도 없어지지 않았나.

H: GBN이 없어진 게 잘 된 것처럼 얘기하지 마라.

L: 농담이다. GBN 너무 그립다.

베이비돌, 데드보이 이전 ‘들개’라는 바도 운영하지 않았나.

G: 들개는 7년 전에 다른 사람이랑 함께하던 작은 바다. 합정에 있었다. 그때 나는 그냥 매니저였고, 3년 동안 운영하며 재밌었지만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만의 더럽고 시끄러운 바를 하고 싶어서 데드보이를 했고, 그 뒤에 베이비돌을 시작한 거지.

이름이 베이비돌인 이유는?

L: 예전에 개럿이랑 나랑 했던 크롤러(Crawler)라는 밴드가 있다. 거기에 평안이라는 친구도 멤버였는데 평안이가 항상 공연 시작할 때 평안이가 “헤이 베이비돌, 왓츠 고잉 온?”이라고 말했었다. 그런 평안이가 죽었고 우리는 그를 기리기 위해 새로운 공연장의 이름을 이렇게 짓게 되었지.

H: 무대 옆 평안이를 위한 장소도 마련했다.

장소를 신촌으로 정한 이유는?

H: 비슷한 음악을 하는 공연장들과 나와바리가 겹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G: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홍대는 너무 비싸다.

L: 신촌에 록 음악을 하는 공연장이나 바, 펍이 많지 않았나. 물론 지금도 우드스톡 등 꽤 남아 있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덜 생소할 것이라 생각한다. “Make 신촌 Great Again”이다.

H: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라.

각자 자신이 하는 밴드를 소개해달라.

L: 개럿이랑 나는 슬랜트(Slant)라는 밴드를 하고 있다. 또 나이트 에코즈(Nite Echoes)라는 밴드의 멤버이기도 하다.

H: 어떤 밴드인지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원투쓰리포-다!(The 1234-Dah!)라는 밴드를 하고 있다.

G: 나는 그냥 슬랜트 드럼 친다. 슬랜트 너무 재밌다.

H: 한국 최고의 펑크 밴드지.

베이비돌에서 했던 이벤트 중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L: 오픈 기념 첫 공연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H: 나는 두 번째 공연이 그렇다. 어떤 분이 머리를 다쳐서 구급차가 왔었다. 술 엄청나게 마시고 슬램 하다가 미끄러져서 머리가 찢어졌다. 나도 머리 찢어진 적이 있기 때문에 계속 생각나곤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이벤트들을 꼽자면?

G: 랜시드(Rancid).

H: 그린데이(Greenday).

L: 많은 오래된 해외 펑크밴드들이 일본 투어는 무조건 가는데, 한국은 오지 않는다. 그런 밴드들에게 연락해 한국도 오게 한 다음 공연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뺏어버려도 되고.

H: 그러면 다 롤링홀 같은 공연장 가지 않을까?

G: 아니다. 우리 대관료 너무 싸서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이렇게 좋은데 대관료가 이렇게 싸다고? 여기가 어디지? 베이비돌이구나!!!

펑크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여기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다른 공연장과 다른 점이 있는가.

L: 우리는 화장실이 깨끗하다.

G: 에어컨이 시원하게 잘 나오지.

H: 흡연구역이 무대 뒤에 따로 있다. 술도 본격적으로 팔고.

L: 추구하는 장르도 좀 다르다.

H: 우리는 미국에 많이 있는 바 겸 공연장 같은 느낌을 많이 내려고 했다.

G: 크기도 좀 소, 중, 대 같은 느낌이다. 어느 장소는 50명 정도, 어느 장소는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는 250명 정도 올 수 있지.

H: 200명이면 모를까 250명은 아닐 거 같은데.

G: 다른 공연장은 공연이 없을 때 가서 놀 수 없다.

베이비돌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는가.

H: 제로 콜라가 들어간 술이지.

L: 이름하여 ‘잭제로’라고 한다.

H: 다른 곳에서 제로 음료가 들어간 위스키 하이볼 같은 술을 본 적이 없다.

G: 황도. 음식은 안 팔지만 맛있는 황도는 대접할 수 있다.

H: 외부 음식 환영이다. 다들 배달시켜 드시라.

G: 하지만 외부 술은 안된다. 막걸리 몰래 가져와서 먹는 막걸리맨 종종 있는데 절대 싫어.

H: 그리고 남은 막걸리를 우리한테 먹으라고 주는데 진짜 화가 난다.

펑크 등 시끄러운 음악이 아니어도, 또 밴드 형태의 공연이 아니어도 상관없는가?

L: 환영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해서 그런지 아직 문의가 많진 않더라. 저번에는 어떤 디제이분이 와서 여기는 디제잉 공연은 안 하지 않냐고 물었다.

H: 한국은 극락이나 채널1969 같은 몇몇 자리 잡은 곳들 빼면 디제잉하는 공연장과 밴드 공연하는 공연장이랑 좀 분리된 느낌이지 않은가.

L: 미국이나 일본 공연장에 놀러 가면 밴드 타임마다 디제이가 한 명씩 있었는데 꽤 재밌었다.

H: 한국 펑크 공연장에서 디제이 타임이란 나가서 담배 피우는 타임이니까.

L: 맞다. 그래서 많은 디제이 분들께서 펑크 공연장에서 디제잉하기 싫다고 했었지. 이게 다 음악 듣는 자세가 안 돼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H: 음악 듣는 자세는 또 뭔가?

L: 모르겠다. 농담이다. 사실 여기서도 디제잉 공연 좀 했었는데 노르웨이에서 온 DJ Joao가 틀었을 때는 다들 춤도 추고 좋아했었다. DJ 미미가 틀었을 때도 그랬고.

G: 나는 바이닐 디제이가 좋다. 컴퓨터나 아이패드로 디제잉하는 거 완전 관심 없다. 집에서도 컴퓨터로 음악 들으면 안 된다. 바이닐 디제이 아니면 디제이가 아니다.

H: 논란되는 발언들 좀 하지 마라.

L: DJ는 디스크자키(Disk Jockey)니까 디스크로 틀어야 하는 거 아닌가.

H: 그러면 CD도 디스크 아닌가. 그런데 또 CD와 MP3랑 별로 다를 것도 없고…

L: 농담이다. 사실 모든 장르와 형태의 공연 환영이다.

소음으로 인한 주변과의 마찰이 있는가?

H: 공연장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L: 공간을 구할 때 건물 임대인이랑 부동산 등에 정말로 우리 음악 개 시끄럽다고 말하고 괜찮다고 하고 계약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하니까 내려와서 이렇게 시끄러운 줄 몰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공연 일정을 미리 공지하고 그 시간에만 시끄럽게 하기로 했다.

G: 합주도 하고 내 마음대로 드럼 치고 싶었는데.

H: 공연장을 운영하는 친구 중 소음 관련 컴플레인이 한 번도 없었다는 친구는 본 적이 없다.

L: 합주를 못 하는 건 아쉽지만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본다.

가게에서 자주 트는 음악이 있다면 어떤 음악들인가?

G: 개러지, 펑크, 60년대 모타운 음악 따위를 튼다. 홍진호는 이상한 음악 트니까 홍진호가 일하는 날에는 절대 오지 말아 달라.

H: 너무하네, 진짜. 각자 알아서 트는데 나는 60~70년대 서프록 음악을 많이 튼다. 개럿 없을 때는 디스코 같은 거 몰래 조금씩 튼다. 신청곡도 받고.

개인적으로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을 소개해 달라.

L: 나는 요즘 80~90년대 개러지 음악을 많이 듣는다. 오늘 아침에는 고리스(The Gories)라는 디트로이트 개러지 펑크를 들었는데 너무 멋지다.

G: 60~70년대 디트로이트 모타운 음악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솔직히 트와이스를 제일 많이 듣지. 다른 아이돌에는 관심 없다. “What Is Love?”나 “Heart Shaker” 같은 노래들 최고다.

H: 나는 요즘 불프팩(vulfpeck)을 자주 듣는다. 뉴진스도 좋아해서 자주 듣고.

G: 그런데 우리 아마 럼킥스(Rumkicks)를 제일 많이 듣지 않나?

L: 친구들이랑 같이 유튜브 보고 있으면 추천 음악이 죄다 럼킥스이다.

H: 맞다. “I Don’t Wanna Die”.

L: “Drinking Everyday” 역시 최고다.

현재 공연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앰프나 장비가 궁금하다.

H: 우리는 옛날 음악도 좋아하니까 장비도 다 빈티지로 구입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희한한 조합이 되었지.

L: 롤랜드 재즈 코러스(Roland Jazz Chorus)와 팬더 트윈 리버브(Fender Twin Reverb), 블랙스타(Blackstar) 앰프가 있다.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이런 조합을 싫어하더라. 모던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좀 날카로운 사운드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우리 장비는 빈티지해서 그렇지 않다.

G: 기타 연주 실력이 별로면 트윈 리버브 같은 앰프로는 숨길 수가 없어서 그렇지.

L: 롤랜드도 그렇고 취향을 많이 타는데 블랙스타 앰프는 다른 앰프들에 비해 사운드도 약간 뜨는 것 같고 출력도 낮아서 교체할 예정이다.

공연이나 행사를 하고 싶다면 어디에 어떻게 문의하면 되는가?

H: 제일 빠른 건 역시 인스타그램 DM 아닐까.

G: 아니다. 그냥 와서 얘기하는 게 제일 좋다. DM으로 얘기하면 이런저런 얘기만 하다가 연락이 없더라.

H: 그렇지만 실제로 와서 서로 얼굴 보고 문의해도 그 뒤에 연락이 없었잖아.

L: 일 좀 열심히 합시다.

H: 아무것도 안 하는 건희한테 저런 말 들으니까 정말 열받는구나!

음반이나 티셔츠 등 굿즈도 판매할 계획이 있는가.

H: 공연이 있으면 구석에 자리를 마련해서 공연하는 밴드들 앨범이나 굿즈를 판매한다. 상설로도 판매하는 공간을 한번 만들어 볼까?

L: 좋을 것 같다.

G:

H: 얄밉게 왜 아무 말도 안 하는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L: 베이비돌 많이 와달라.

H: 일요일, 월요일은 쉽니다.

L: 와서 돈도 많이 써달라.

H: 자꾸 이상한 말 좀 하지 말라니까.

G: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 한국 공연 너무 싫다. 사람 완전 없다. 그냥 오지 마라.

H: 진짜 왜들 그래?

G: 농담이다. 와서 재밌게 놀자. 옛날처럼 다 같이 술 먹자.

베이비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지원
Photographer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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