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밴드 태평양의 싱글 트랙 “Suffer”는 담백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이별의 고통을 표현한 듯하다. 최근 실연당한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이 곡을 만든 밴드 태평양은 대체 어떤 밴드인가라는 궁금증이 앞섰다. 하지만 내가 찾아낸 정보는 지난해 “Lighthouse”와 “거품”을 공개한 사실과 보컬 곽시목, 베이스 이창원, 기타 이현우로 구성된 3인조 밴드라는 것이 전부였다. 특히 트랙 “Lighthouse”, “거품” 그리고 최근 공개된 “Suffer”는 사운드의 궤가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에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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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어떻게 밴드를 꾸리게 되었는가?
곽시목 : 우린 대학에서 만났다. 태평양으로 활동하기 이전부터 서로 친해서 나중에 팀을 꾸리면 재밌겠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러다 내가 일병 때 휴가를 나와서 다른 밴드에서 활동 중이던 창원과 만났는데, 그때 밴드 결성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시 나눴다. 그렇게 새로운 음악에 열망이 있는 창원과 태평양을 처음 시작했고, 곧 현우도 합류하게 됐다. 태평양이란 밴드 이름은 창원이 갑자기 툭 던져서 만들어졌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고, 단어 ‘태평양’을 듣고 20세기 한국의 촌스러운 동시에 세련된 느낌. 이를테면 류복성과 신호등, 김정미, 산울림 같은 옛 한국 음반 커버를 떠올렸다.
태평양의 음악을 일구는 데 밴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서로 간에 불만 사항이 생기진 않는가?
곽시목 : 먼저 창원이 가사를 보내면 내가 멜로디를 붙이고, 대충 악곡이 완성됐을 때 다 같이 모여 살을 붙이고 편곡 아이디어를 나눈다. 지금은 이 작업방식이 정리되었는데, 처음 “Lighthouse” 작업 당시에는 상당히 난항을 겪었다. 그래서 탄생한 “Lighthouse” 음원은 세 번째 버전이다. 우리가 어떻게 곡을 시작해서 마무리해야 하는지 정립되지 않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현우: 작업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음악의 퀄리티가 나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돈된 음악이 나오고 음원을 하나씩 발매할 때마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 기쁘다.
이창원 : 밴드를 결성하기 이전에 친했던 그 유대감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각자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2018년 발표된 싱글 “Lighthouse”,”거품” 은 Lo-fi 칠웨이브(Chillwave) 신스팝, 정확히는 와시드 아웃(Washed Out) 느낌을 물씬 받았다. 레퍼런스로 삼은 뮤지션이 있는가?
곽시목 : 고등학생 때부터 스물한 살까지 칠 웨이브에 푹 빠졌다. 특히 와시드 아웃, 토로 이 모아(Toro y Moi) 같은 아티스트들이 멜로디를 어떻게 레어이링하는지, 음악의 질감을 어떻게 만드는지 참고하게 됐다.
이창원 : 전체적인 질감에 관련된 레퍼런스를 많이 잡는다. 태평양과 궤를 같이하는 장르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루스벨트(Roosevelt), 베드베드낫굿(Badbadnotgood) 같은 밴드의 베이스라인을 많이 참고한다. “Lighthouse”를 만들 땐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를 많이 들었다.
이현우 : 나는 딱히 레퍼런스로 두는 건 없다. 지훈이 뭔가를 요구하면 적재적소에 내가 생각한 것을 얹는다.
곽시목 : 그게 현우의 무기다. 우리가 원하는 걸 캐치해서 현우의 색으로 잘 표현해준다.
“Suffer”는 사운드의 궤가 다르다. 방향을 급선회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이창원 : 내 욕심에 탄생한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다. 선회했다기보다는 내가 보여주려 했던 색 중 하나다. 앞으로 보여줄 음악과 아주 다르진 않다.
곽시목 : 그냥 태평양이 가진 색 중 하나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Suffer” 뒤로 깔리는 자글자글한 노이즈는 어디서 시작된 아이디어인가?
이창원 : 태평양의 음악은 전체적인 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Suffer”는 빈티지스럽고, 덜 다듬어진, 완성되지 않은 듯한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고민에서 채운 요소가 노이즈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도 일었다.
곽시목 : 다듬어지지 않은 데모 같은 트랙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Suffer”를 구상할 때부터 셋 다 노이즈는 무조건 들어가야겠다고 이야기했다.
“Suffer”라는 이름은 어디서 시작됐는가?
이창원 : “Suffer”는 내 개인감정이 섞인 곡으로 내가 느낀 고통(=Suffer)이란 감정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 디테일하게 말할 순 없지만, 내가 겪은 느낌을 함께하길 바랐다.
곽시목 : ‘고통받는다’라는 뜻이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감정과 해석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현우 : 가사에 ‘Suffer’가 나오지 않아서 좋은 트랙.
“Lighthouse”,”거품” 그리고 “Suffer”를 두고 이야기해보자. 태평양의 음악적 방향성은 어느 것이 더 알맞은가?
이창원 : 굳이 얘기하자면 두 방향 모두 우리가 보여줄 음악과 궤가 같다. 곧 공개될 두 곡 중 하나는 “Lighthouse”나 거품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Suffer”에 가깝다. 그 둘이 아니어도 앞으로 보여줄 곡이 많아서 지금 단계에선 우리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이름을 알릴 계획인가?
이창원 : 곧 ‘Suffer” 뮤직비디오가 공개된다. 그리고 음원을 꾸준히 낼 생각이고, 소셜 미디어에도 우리 사진과 영상을 더 많이 보여줄 것이다.
곽시목 : 올해 EP 두 장을 낼 생각인데, 한 장은 아마 여름이 오기 전에 발표되지 않을까. 그리고 라이브 공연도 하고 싶다.
이창원 : 후회 없이 많은 시도를 해보고 라이브를 하고 싶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라이브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하거나,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태평양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피드백을 기다린다.
밴드 보컬 곽시목이 신시사이저와 미디로 드럼을 다루는 것으로 드러나 있는데, 라이브를 꾸려낸다면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이창원 : 라이브같은 경우는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고 있는데, 일단 장비가 많더라도 최대한 3명이서 사운드를 내고 플레이백은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다. 세션 연주자를 섭외할 계획은 아직 없다.
이현우 : 그러기엔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한다. 그 누구보다 라이브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곽시목 : 플레이백을 쓰지 않겠다는 형 말에 당황했다. 태평양 멤버로, 억지스럽지 않고 멋진 그림을 준비하고 싶다. 라이브를 위해 곡을 준비하고 있고 빠른 시일 이내에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진행 / 글 │ 황선웅
사진 │정승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