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물 권리 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발표한 성명서에 따라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시그니처 브랜드가 자사 제품에 더 이상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2월에 별세한 칼 라거펠트는 펜디(Fendi)와 샤넬(Chane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모피와 가죽을 여러 형태로 변형해 패션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무겁고 둔탁한 모피를 가볍고 세련된 패션으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섰으며, 실크 울 등 다양한 소재를 모피와 혼합하여 사용하면서 모피의 새로운 트렌트를 이끌어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피는 인간의 사치를 위한 동물 학대라며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2015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고 가죽을 입는 한, 나는 모피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라며 모피 산업을 옹호해 비난을 면치 못했다. 당시 칼 라거벨트는 동물을 끔찍하게 죽이고 학대하는 방식에는 공감할 수 없지만 모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ETA는 1995년부터 칼에게 연락하여 그의 디자인에 모피 사용을 중단하기를 요청해왔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그들이 수십 년의 사투 끝에 이뤄낸 결과다. 그들은 그의 별세 소식 이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칼 라거펠트의 죽음은 모피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라며 그들의 오랜 적수와 그에게 애도를 표한다는 게시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베르사체(Versace), 구찌(Gucci), 샤넬(Chanel) 및 버버리(Burberry)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모피 금지에 앞장서면서 패션업계에서 진짜 털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에 뒤처지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모피의 트렌드를 이끌던 칼 라거펠트의 부재로 그의 브랜드마저 모피 금지를 표명했다. 럭셔리 브랜드에서의 모피 금지, 페이크 퍼 유행 등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소비의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고 시장에서는 명품 브랜드 모피의 가치가 계속해 오르고 있는 가운데, 모피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