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구찌(Gucci)의 사령관으로 부임한 지 5년째 되는 해다. 그동안 구찌를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슈퍼 브랜드로 탈바꿈시켜놓은 그의 5주년은 그 시작부터 남달랐으니, 2017년 이후 밀란 패션 위크(Milan Fashion Week)에서 남녀 합동 컬렉션만을 선보여 왔던 그가 드디어 맨즈웨어(Menswear) 컬렉션으로 귀환한 것.
지난 14일, 구찌의 2020 가을·겨울 컬렉션이 공개된 팔라쪼 델레 생티에(Palazzo Delle Scintille)의 천장에는 거대한 추가 설치되어 게스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다섯 살인 것처럼 미쳐 날뛰자(Rave Like You Are Five)”였으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집중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서구의 마초주의적 문화로부터의 도피. 컬렉션에 관해 설명하는 짧은 노트에는 피스들의 디테일에 대한 설명 대신, 사회적으로 강요된 남성성의 위험을 알리는 글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구찌는 “독극물 같은 남성성(Toxic masculinity)은 학대, 폭력, 성차별을 키운다”라고 밝혔으며, “이제는 사회적 제약이나 권위주의적인 제재, 숨 막히는 고정관념 없이 자유롭게 자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남성성을 기념할 때”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 이번 컬렉션은 젠더의 벽을 허무는 피스들로 가득했다. 화려한 색상과 소재의 크롭 탑(Crop Top)이 등장했고, 베이비 돌 드레스(Baby Doll Dress)를 데님 진과 매칭한 남성 모델이 런웨이를 가로질렀다. 오랜 역사의 영국 백화점 리버티(Liberty), 펑크 아이콘 리차드 헬(Richard Hell)과의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은 컬렉션에 다양한 재미를 더했다.
점점 젠더리스한 형태로 진화하는 현대 의복사에서 구찌의 이번 컬렉션은 기념비적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이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게 되는 그날까지, 구찌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행보를 응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