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탈것 안에서 찍은 풍경 사진, 그야말로 ‘망한 사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위 사진은 놀랍게도 모두 의도된 사진이다. 심지어 이 사진을 촬영한 이는 사진작가도 아닌 초원생태학자 크리스 헬저(Chris Helzer)라는 인물이다. 그는 도로 주변에 만개한 야생화에 관해 알고 싶지만, 계속해 이동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이 엉뚱한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모든 야생화 풍경 사진은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에서 촬영되었으며, 그렇기에 보통 사람은 어떤 꽃인지조차 유추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크리스 헬저의 ‘A Field Guide to Roadside Wildflowers At Full Speed’가 있다면, 빠르게 스치는 이미지만으로도 길가의 그 이름 모를 꽃을 찾아낼 수 있다는 얘기. 더불어, 저자는 이미지와 함께 꽃이 만개하는 계절과 서식지, 꽃에 대한 묘사 등 다양한 정보를 수록해 누구라도 자신이 본 꽃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생태학 블로그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단순히 재미를 선사하려 이러한 가이드북을 완성했지만, 이 4차원적인 발상에 도움을 얻는 이도 분명 존재할 것. 야생화 가이드북은 PDF 형식으로 제작해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 중이다. 미국 북부 대평원 기준으로 제작되어 한국에 서식하는 야생화와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독특한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우니 천천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