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Video Meets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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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지의 가사에는 피카소(Picasso)가 등장하고, 바스키아(Basquiat)는 제이 콜, 칸예 웨스트, 제이지 등 여러 래퍼들의 가사에서 언급되었다. 데이비드 보위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을 노래했다. 반대로 이러한 뮤지션들의 음악은 세계적인 미술가와 함께한 뮤직비디오로 또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모든 예술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데, 뮤직비디오가 등장한 이후부터 음악과 미술의 관계는 더욱 끈끈하게 이어지는 듯하다.

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쟁쟁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아티스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들이 힘을 합쳐 어떠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냈는지 한번 확인해보자. 

 

1. Murakami Takashi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는 귀여운 캐릭터, 왜색 짙은 아니메(Anime) 피규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일본의 패션과 애니메이션, 망가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일본 고유의 스타일이 담겨있는 그의 아트워크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퍼렐(Pharrell)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있던 그는 이미 그 동안 여러 차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첫 번째 작업은 ‘Simple things’라는 이름의 조각품이었다.   그리고 무라카미 다카시는 BBC와 함께 자신의 캐릭터 ‘Jellyfish Eyes’를 사용한 티셔츠를 디자인했고, 퍼렐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영화 데뷔작 ‘Jellyfish Eyes’ 음악을 리믹스했다.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함께 해온 그들에게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아마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 협업은 퍼렐을 게임 캐릭터로 등장시킨 뮤직비디오 “It Girl”이다 .

Pharrell Williams – it Girl

 무라카미 다카시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Graduation] 앨범 아트워크도 맡아 그렸다. 칸예 웨스트가 그의 신선한 작업들에 큰 관심을 보였고, 직접 그의 스튜디오에 찾아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성하기까지  2-3년이 걸린 [Graduation]의 아트워크들을 보고 있으면, 무라카미 다카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Kanye West – Good morning

2. Mr. Brainwash

‘얼굴 없는 아티스트’ 뱅크시와 흡사한 면이 있어서일까.  Mr. 브레인워시(Brainwash)는 한 때 진짜 뱅크시로 의심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유명인사나 역사 속 인물들의 이미지를 여러 색의 페인트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스트리트 아트에 관련된 영화 ‘Exit through the gift shop’를 우연히 본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는 창의적이고 생각의 틀을 깨는 그의 모습에 반해 함께 “Metropolis”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Mr.브레인워시는  LP 판, 티비와 같은 오래된 물건들을 예술작품으로 되살리고 싶었고 데이비드 게타와의 협업에서 그 아이디어를 실현에 옮겼다. 비디오 속에서 게타는 Mr.브레인워시가 공장에서 가져온 오래된 물건들에 페인트를 마구 뿌리고 부신다. 색들의 향연들이 이어지는 “Metropolis” 영상은 실험적이고, 예술성이 많이 가미된 뮤직비디오이면서도 음악과 함께 잘 어우러진다. 이 영상을 만들고 있을 당시에도 David Guetta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어떤 예측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작품을 완성해냄으로써, 그들은 서로 다른 성격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를 낼 때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협업물이 탄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Metropolis Official Video

 Metropolis behind scenes

 

3. Will Cotton

윌 코튼(Will Cotton)은 페인팅, 드로잉, 그리고 조각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예술가이다. 그의 작품은 과일, 캔디, 케이크 등 달달한 디저트를 활용해서 만들어낸 비현실적 이미지들로 대표된다.

Will Cotton은 ‘Cotton Candy Katy’라는 제목의 케이티 페리(Katy Perry) 초상화를 그렸는데, 이것을 케이티 페리가 직접 보고 함께 작업을 해볼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윌 코튼은 케이티 페리의 “California gurls” 뮤직비디오에 아트디렉터로 참여하게 되었고, 전체적인 콘셉트는 그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그녀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윌 코튼의 비현실적인 작품들이 현실 크기로 재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실제 사탕과 쿠키, 케이크 등을 이용해 입체적인 세트를 만들었다. 이 작업은 15년동안 그려온 그의 작품들이 현실로 표현되어서 더욱 뜻 깊은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한 편, 처음에 윌 코튼이 그렸던 케이티 페리의 초상화 ‘Cotton Candy Katy’는 케이티 페리의 앨범 [Teenage Dream]의 커버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워싱턴에 있는 National Portrait Gallery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렸다.

Making Video

 4. Nick Knight

닉 나이트(Nick Knight)는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션 포토그래퍼이자 Showstudio의 창시자로, John Galliano, Alexander McQueen, Rick Owens 등 수많은 패션하우스를 상대하는 또렷한 색깔의  아티스트다. 아름다운 색채들로 가득한 그의 사진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면서도, 지구 멸망 직전의 날을 찍은 듯한 우울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는 2001년 비욕(Björk)을 시작으로 뮤직비디오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성행위 묘사와 상체노출, 그리고 등에 피어싱을 하는 모습을 포함한 비욕의 “pagan poetry” 뮤직비디오는 수많은 논란을 일으켜 당시 MTV에서는 뮤직비디오 공개를 금지시켰다. 그의 뮤직비디오는 그의 주된 작업인 패션 필름과 유사한 느낌을 담고 있다.

Björk – Pagan Poetry

 그가 참여한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뮤직비디오 “Bron This Way”는  한 편의 SF영화 같기도 하다. 그녀의 실험 정신과 닉 나이트의 예술적인 감각이 만나 멋진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졌다. 레이디 가가와 닉 나이트는 이 영상 말고도 다른 패션 필름 혹은 그녀의 무대에서 사용할 영상들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Lady Gaga – Born This Way

Lady Gaga Born This Way – Unseen Footage

Poker Face Monster Ball – Lady Gaga, Nick Knight and Ruth Hogben

 닉 나이트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Black Skinhead”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했는데 촬영 이전, 사진 촬영을 통해 그들은 미리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 앞선 두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Black Skinhead”는 칸예 웨스트의 음악과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둔 듯하다.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칸예 웨스트답게 이 뮤직 비디오는 독특하게도 3D 스캐닝 기법과 모션 캡쳐 기법이 사용되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온라인 인터렉티브 방식으로 사용자가 속도를 조절하거나 비디오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인터랙티브는 칸예 웨스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체험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

Kanye West – Black Skinhead

 

 5. Damian Kulash

Ok Go의 리더이자 뮤직비디오 디렉터인 데미안 쿨라쉬(Damian Kulash)는 뮤지션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뛰어난 아티스트임에 틀림이 없다. OK Go는 굉장히 실험적인 팀이다. 그들은 완벽한 스토리보드를 완성한 뒤에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강의 콘셉트만 가지고 작업할 때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추가하기 때문에 처음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뮤직비디오가 탄생하기도 한다.

2006년 “Here it goes again”이라는 뮤직비디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웹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마도 밴드가 무대 위에서 노래는 하지 않고, 3분 동안 트레드밀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독특한 뮤직비디오는 다른 밴드와는 차별되는 Ok Go만의 특징이다.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오래전, 과학실험을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 혹은 ‘호기심 천국’에 나오는 영상들이 연상된다.그 중에서도 시각적인 속임수를 이용하여, 눈을 뗄 수 없는 설치물을 가득 늘어놓은 “The Writing’s on the Wall”의 뮤직비디오는 4주에 걸쳐 완성되었다. 가장 힘이 들었던 장면은 바로 마지막 장면. 수많은 사람들이 수차례에 걸쳐서 페인팅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Ok Go – Here it goes again 

Ok Go – Last Leaf

Ok Go – The Writing’s on the Wall

Ok Go – I won’t let you down

작년부터 Billboard지의 음원순위 성적에 유투브 조회 수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제 뮤직비디오는 뮤지션들에게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중요한 표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팬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번 그들이 어떤 작업을 보여줄지 더욱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다.

정혜인
VISLA Art Featur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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