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다린 수정과를 맛본 적 있는가? 단맛, 쓴맛, 매운맛, 신맛은 우리의 식욕을 돋우고 계피향부터 생강향까지 다채로운 향은 지친 몸과 영혼을 위로한다. 이처럼 각각의 켜(Layer)들이 만들어낸 중용의 미덕에 감동한 나머지 우리는 수정과 한 모금에 온화한 미소를 띠게 된다. 우리는 퇴적된 켜가 주는 감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
색소포니스트 샘 겐델(Sam Gendel)과 베이시스트 샘 윌크스(Sam Wilkes)가 적층된 소리와 시간이 담긴 [Music for Saxofone & Bass Guitar More Songs]를 발표했다. 전작 [Music for Saxofone & Bass Guitar] 발표 이후 3년 동안 은근하게 달여낸 이 앨범에는 다양한 맛과 질감, 향들은 짙은 켜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퇴적된 켜들은 경직된 육체와 정신의 이완을 돕는 자양강장제가 된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이번 앨범은 이름 속 ‘More Songs’에 걸맞게 다채로워졌다.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변주를 줬고, 낯선 것들에 대해서는 과감함을 입혔다. [Music for Saxofone & Bass Guitar]부터 [Wilkes] 그리고 몇 개의 싱글에서 익히 보여줬던 둘만의 형식에 변주를 주었고 이는 사탕수수가 아카시아 꿀로 변하는 기적이 되었다. 이들이 선사한 변전의 풍미는 정신을 만족시킨다.
한편 이번 앨범에서는 그간 둘에게 겹겹이 싸여 보이지 않던 낯선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힙합부터 하우스까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차용하는 과감함은 우리의 막혔던 혈을 뚫는다. ‘Cold Pocket’과 ‘Street Level’의 색소폰은 침샘에 침이 고일 만큼 새콤하며 ‘Sg’s Prius’과 ‘Caroline, No’의 매콤한 베이스는 얼얼하기까지 하다.
필자에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연주했던 알토 색소폰이 있다. 이번 앨범을 들은 후 오랜만에 창고에서 꺼낸 색소폰에는 녹이 슬었고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허나 두 샘(Sam)에 의해 색소폰과 필자 사이의 켜들을 발견했고, 이후 우리 둘 모두 수정과 한 모금한 듯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이와같은 인상이 감상에 의해 지배되는 경험을 이 앨범을 통해서 해보자.
Sam Gendel 인스타그램 계정
Sam Wilkes 인스타그램 계정
Leaving Records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Leaving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