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그룹 후원하에 국내 창의 인재 육성과 그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된 새로운 개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제로원(ZER01NE)’이 상상력, 창의력 기반의 다양한 컨텐츠로 대중과 소통하는 ‘제로원데이(ZER01NE DAY) 2021’를 11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스타트업과 기업,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한 공간에 어울려 미래를 고민하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로 2018년 첫 출발한 제로원데이는 2019년까지 현대자동차 구)원효로서비스센터 부지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선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제로원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의 온라인 제로원데이의 테마는 ‘Playground’로 새로운 놀이공간을 제시, 다양한 플레이어가 변화와 혁신을 펼쳐내는 공간이자 누구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참여의 공간으로 고도화된 질문을 통해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는 장을 마련한다.
11월 5일부터 열흘간 진행될 제로원데이는 ‘현대자동차 구)원효로서비스센터’ 부지의 모습과 공간 올해의 전시 키워드인 ‘FUTURE MOBILITY’, ‘HYPER CONNECTED’, ‘MOBILITY X PLAYER’, ‘NEW LEARNING’에 따른 전시 프로젝트를 제로원데이 공식 웹사이트에 메타버스 공간에 고스란히 담아 관람객은 강화된 인터랙션으로 몰입도 높은 컨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
VISLA 매거진은 제로원데이가 이번에 전시한 작품 프로젝트 중 11월 12일 오전 9시에 제로원데이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공연 컨텐츠 “Morphechore”를 조명, 이를 제작한 도쿄 기반의 아티스트 다이토 마나베(Daito Manabe)를 인터뷰했다.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인터렉션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및 디제이로 활동하며 2006년 아티스트,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의 집합체 라이조마틱스(Rhizomatiks)를 론칭, 2015년부터는 ‘라이조마틱스 연구소’의 공동 이사로 인체와 기술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중.
‘2020 소나르 페스티벌(Sónar Festival)’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Morphechore”은 어떠한 리듬에도 신체가 움직일 수 있게 설계되었다. 다이토는 어떤 의도와 기술을 가지고 해당 작품을 만든 것일까. 그와 나눈 대화를 하단에서 확인하여 보자.
INTERVIEW
먼저 당신에 관한 소개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다. 당신은 어떤 아티스트이며, 당신이 속한 집단 ‘라이조마틱스’는 어떤 집단인지 소개해줄 수 있을까?
프로그래밍과 수학, 음악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 다이토 마나베다. 아티스트라고 해도 작품을 판매하진 않고, 주로 라이브 퍼포먼스나 설치 작품 제작, 그것에 관련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내가 소속된 라이조마틱스는 엔지니어, 비주얼 아티스트, 미디어 아티스트가 소속된 그룹으로 무대 퍼포먼스, 설치 외에 광고 및 연구개발 일도 하고 있다. 나와 라이조마틱스는 일본에서 댄스 컴퍼니의 ‘일레븐플레이(ELEVENPLAY)’, 안무가 미코(MIKO)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사람과 테크놀로지를 생각하는 작품이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도쿄이과대학(東京理科大学)’에서 수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뮤지션들과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원래는 음악 활동을 했다. 재즈 밴드의 레이블을 내고 국내 투어를 했고, 또한 힙합 DJ로도 활동했으며 뉴욕의 래퍼와 함께 활동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음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나의 강점인 수학, 프로그래밍 기술을 살려 음악과 프로그래밍으로 작품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8년 정도 전의 일이다. 따라서 초기 작품들은 음악 작품이 많았고, 차차 영상 작품이 늘어간 거지. 로보틱스 작품을 하게 된 것은 이시바시 모토이(Motoi Ishibashi)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이 크다.
사카모토 류이치(Ryuichi Sakamoto), 퍼퓸(Perfume) 등 일본 자국의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비요크(Björk), 노자스 띵(Nosaj Thing) 스퀘어 푸셔(Squarepusher) 등 해외 아티스트와 협업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들과 어떻게 협업을 이루게 됐는지가 궁금하다.
대부분은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거나 작품 활동과 페스티벌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과정은 다양하다. 서로의 작품을 리스펙트한 다음, 함께 작업함으로써 재미있는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 노자스 띵, 비요크 등의 아티스트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선구적인 뮤지션이다. 하지만 당신이 만든 그들의 비주얼 디자인은 그들의 음악 이상으로 돋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뮤지션보다 비주얼 디자이너가 주목된다는 것은 드문 일인데 이렇게 눈길을 끄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내 음악적인 배경이 큰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의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나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오트쿠튀르(Haute couture)의 옷처럼 개개인의 아티스트의 특성에 맞추어 그들 혹은 그녀를 위해 작업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패키지화한 것을 반복 사용한다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실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도 돈도 들지만 하나하나 꼼꼼히 그들의 음악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상술했듯 10대 때부터 일찍 디제이로 활동해왔고 재즈 밴드에서 활동, 믹싱을 배우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 그 경력이 본인 작품의 사운드 디자인에 어떻게 연결되는 편인지 궁금하다.
우선 음악에 대해서는 지금도 정답을 모르겠지만, 직접 작곡부터 믹스, 그리고 신시사이저와 이펙트의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더 편리한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의 단축이나 실수의 횟수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음악을 듣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 생각의 방법을 많이 배운다. 영화와 같은 스토리 베이스의 음악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공감각을 만들어내는 작업이거나 언어, 가사가 없는 지극히 추상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음악 제작이나 작곡의 방법을 아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역시 필요 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2020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Morphechore”라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어떻게 탄생된 작품이며, 콘셉트에 어떠한 의도가 담겨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작곡, 소프트웨어 개발, 영상감독, 조명 디자인 등 내 손으로 직접 일을 해왔지만 안무나 춤만큼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오히려 역으로 새로운 안무 제작을 제안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그 계기다. 구체적으로는 머릿속에 댄스를 떠올리고, 브레인으로 코딩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포즈를 뇌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포즈의 조합에 의해서 안무 역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로부터 본 프로젝트를 스타트했다.
“Morphecore”에서는 인간의 신체에 제한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나?
몇 가지 실험으로 관절의 구부러지는 각도를 넓히거나, 각도를 수학적인 규칙으로 변환, 피부가 가지는 제약을 확장하거나, 중력을 조정하는 등의 것들을 적용했다. 아주 간단한 예로, 관절이 돌아가는 각도를 x, y, z로 넓힐 것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컴퓨터로 변환하기만 하면 본 적이 없는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간단한 변형부터 복잡한 것까지 다양하게 시도를 하고 있다.
제로원데이 2021에서는 “Morphechore”의 새로운 버전이 발표된다. 작년에 발표한 것과 비교해서 이번 버전에서는 무엇이 새로워졌을까?
새로운 데이터를 취득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새로운 장면을 추가하였다. 이것 역시 내가 태어나서 본 적이 없는 춤이 된 것 같다. 11월 12일 오전 9시, 제로원데이 공식 웹사이트에서 나의 공연이 펼쳐지니 궁금하다면 확인해보라.
제로원데이 2021을 비롯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축제가 최근 세계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당신의 커리어 대부분이 인터렉티브와 미디어 아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트렌드는 당신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때에는 언어화나 콘셉트에 중점을 두고 아웃풋의 퀄리티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의 미디어 아트가 지금보다 적었다. 또 아트의 본질로서 문제 제기형의 작품이나 테크놀로지에 대한 안티테제를 취급하는 작품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러한 작품도 재미있다만,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아트는 여러 가지의 다양한 가능성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테크놀로지, 미디어 아트를 펼칠 수 있는 축제가 증가하여 딱딱하지 않고 다양하게 표현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것에 대해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포스트 COVID 시대에는 디지털과 가상 크리에이터와 함께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시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메타버스가 가질 가능성에는 엄청난 것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루지 못한 것들을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것 같다. 한편 나의 아바타를 설정하고, 내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의 얼굴을 내밀고 나 자신으로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 경우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게임적인 요소, 특별한 조건 환경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한 일부러 아바타를 통해 회의에 참가하는 일은 현재까지 없다.
한편 라이조마틱스는 COVID와 거리두기에 대응하여 최근 “Social Distancing Communication Platform(이하 SDCP)”을 개발하였다. 어떤 플랫폼인지 소개해줄 수 있는가?
라이조마틱스의 SDCP는 ‘줌(Zoom)’을 비롯한 원격 커뮤니케이션이 구현하기 어려운 현실세계의 공간적 소음을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원격 수업이나 원격 회의의 경우 잡담이나 쓸데없는 소리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일상의 소음 속에 원하는 것이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효율적이지 않을지 언정, 현실세계의 비표준적, 불규칙적인 부분으로 진정 인간이 존재하는 의의와 가치가 그러한 소리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Daito Manabe 인스타그램 계정
RHIZOMATIKS 공식 웹사이트
Editor│황선웅
이미지 출처 | Rhizomati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