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강남과 강북을 잇는 서울의 상징적 다리 중 하나인 잠수교 위에서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23 Pre-Fall 컬렉션 쇼가 펼쳐졌다. 한국에서 열린 루이 비통의 첫 패션쇼답게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한국적 요소를 녹인 조명과 배경음악으로 연출을 도왔는데, 특히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정호연이 오프닝 모델로 등장하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루이 비통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스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의 초창기 스타일이 묻어난 파란색 비닐 바이커 재킷의 뒤로는 핀스트라이프와 퀼팅 가죽 수트, 마이크로 모노그램 프린트 팬츠, 크레이프 울 바디수트 등이 등장했는데, 지나치게 한국적 요소를 녹이려 하지 않고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려 한 모습이다.
제스키에르는 “비가 올 때면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금 나타나는 잠수교는 서울 시민들에게 기념비 같은 공간이다. 놀라운 토목공학의 위업이며 쇼를 펼치기 최적의 장소였다”라며 잠수교를 런웨이 장소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잠수교는 1979년 준공된 서빙고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연결하는 교량으로, 한반도 전쟁 역사에서 그 모습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다리가 무너졌을 시 보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높이는 낮게, 교량의 기둥은 빽빽한 구조로 설계한 것. 그렇기에 이름 그대로 장마철이면 줄곧 한강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춰 버리곤 하지만 현재는 한강 공원을 즐기는 시민들이 러닝 혹은 자전거 라이딩으로 애용하는 트랙으로 자리 잡았다. 궁궐 혹은 정원이 아닌 시민들의 손때가 묻은 장소에서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힌 루이 비통에게도 길게 뻗은 잠수교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였을 테다. 잠수교 위에서 펼쳐진 루이 비통의 기념비적인 한국 첫 컬렉션을 함께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