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스트는 하드코어 펑크가 익스트림 메탈 요소와 섞인 음악의 한 종류(crust punk)인 동시에 특정한 생활 양식, 흔히 꾀죄죄한 히피나 ‘스콰터(squatter)’로 묘사되는 ‘사람들(crusties)’도 같이 가리킨다. 둘은 겹치기도, 나뉘기도 하는데 어쨌든 같이 언급될 만큼 관련이 깊다. 한편 음악이면 음악이지 굳이 사람 사는 모습까지 봐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 존재와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힘 때문일 것이다.
바로 여기에 주목하고 뛰어든 인물이 수년간 자신이 목격한 것들을 엮어내었다. 이름은 백련, 그가 발간한 팬진 ‘Mutant Rebellion(돌연변이의 반란)’이 바로 그것. 저자는 하드코어·크러스트 펑크 신(Scene)을 좇아 고향 울산을 떠나 상경, 이후 동류를 찾아 세계 각지를 돌며 사진 작가의 면모도 화려하게 소화해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저자가 서울 문래동, 도쿄 고엔지 등 언더그라운드 신 그리고 뉴욕, 런던, 오사카 등 스트리트 컬쳐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도시를 탐험하며 마주친 인물들의 무대, 일상, 장소, 패션이 담긴 DIY 팬진이 완성됐다. 휴대폰카메라와 니콘 F80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1400장, 3개 언어가 섞인 에세이와 인터뷰가 국배판 260쪽 안에 압축되었다. 사진 속 인물들의 익살스러운 표정 뒤로, 외로운 크러스트 펑크 한 사람이 동류를 찾는 여정에서 보낸 애정어린 시선과 유대가 묻어난다. 고향인 울산의 장면은 왁자지껄한 장면들 틈새로 떠나온 곳의 쓸쓸함을 전한다.
27일 금요일 오후 6시 서울 망원동의 클럽 샤프에서 개최되는 팬진 발매 기념공연은 이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K-특급모텔(K-SUPER MOTEL), 포고어택(POGOATTACK), 디스트러글(DISTRUGGLE) 등 국내 펑크, 하드코어 밴드들 뿐만 아니라 일본 아시카가로부터 치카데(ZIKADE)와 마벨러스(MARVELOUS), 후쿠시마로부터 웨이지슬레이브(WAGESLAVE)가 축하하고자 내한한다. 세계 각지의 펑크 신을 추적한 저자인 만큼 팬진에는 이날 출연하는 밴드의 일부 사진도 담겨 있다.
팬진은 당일 공연장에 소량 준비되어 확인해볼 수 있으며, 이후에는 저자에게 직접 문의하여 입수할 수 있다. 낯설지만 부대끼는 이들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동한다면 팬진과 공연, 직접 경험해보자.
백련 인스타그램 계정
Mutant Rebellion 인스타그램 계정
Club Sharp 인스타그램 계정
공연 정보
일시| 2024년 1월 27일 토요일 오후 6시~
장소| 클럽 샤프(서울 마포구 동교로 63 지하 1층)
이미지 출처|백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