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와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영화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봉준호 감독이 기획부터 제작을 맡은 세 번째 장편영화 “괴물”. 당시만 해도 크리처물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한강에 나타난 괴물’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에 많은 기대를 모았고, 그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개봉 후 최종 관객 수 1300만 명을 넘기며,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서울시는 “괴물”의 주요 무대인 한강을 관광 명소로 만들자는 취지로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영화 속 괴물을 재현한 조형물을 조성했다. 높이 3m, 길이 10m의 괴물 조형물은 실제 괴물의 크기와 디테일을 본떠 제작, 설치까지 1억 8000만 원이 투입됐다. 이렇듯 적지 않은 돈을 들이며, 괴물 동상을 세웠으나 개봉 후 8년이 지나 등장한 괴물은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외려 흉물스럽다는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2021년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펀(FUN) 디자인 정책을 시행,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조형물을 철거’하라는 방침에 따라 한강의 ‘괴물’ 조형물이 10년 만에 철거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전체 한강 조형물 철거 여부 심의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올해 상반기 철거가 진행될 것이라고. 10년간 제자리를 지켜온 ‘한강의 괴물’이 막상 사라진다고 하니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혹, 한강의 괴물에 남모를 애정을 지니고 있었던 이라면, 사라지기 전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눠보는 건 어떨지.
이미지 출처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