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하우스의 전설 Todd Terje의 첫 번째 내한 공연 개최

까다로운 하우스 음악 신(Scene)에서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의 디스코-하우스 마스터, 토드 테리에(Todd Terje)가 마침내 10월 8일 서울에서 데뷔 공연을 갖는다.

토드 테리에는 노르웨이의 디스코 프로듀서이자 DJ다. 사실 그의 본명은 테리에 올센(Terje Olsen)이다. 토드 테리에라는 예명은 그의 음악적, 정신적 지주인 디스코 전설 토드 테리(Todd Terry)에게서 영감을 받아 지은 것이다. 이에 경의를 표하듯, 테리에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비지스(Bee Gees), 왬!(Wham!) 등 디스코, 신스팝, 하우스 음악 스타일로 편집한 리믹스를 발매하며, 일찌감치 댄스 음악 신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05년, 자신의 첫 오리지널 트랙 “Eurodans”을 발표하며 프로듀서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둔 테리에. 한동안은 방대한 양의 편집 트랙만을 발표하던 그였지만, 2011년, 섬세하게 쌓이는 사운드 레이어가 돋보이는 프로그레시브 트랙 “Snooze 4 Love”가 포함된 EP [Ragysh]를 발표했다. 이때 그는 강점이었던 디스코, 하우스 장르 음악을 벗어나는 의외성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후 프로듀싱에 집중한 그는 2012년에 이르러 “Inspector Norse”가 포함된 EP [It’s the Arps]를 발표하며, 이는 그의 대표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It’s Album Time]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4년, 테리에는 데뷔 이후 무려 10년 만에 자신의 첫 정규 앨범 [It’s Album Time]을 발표한다. 마치 무언가에 계시라도 받은 듯한 제목, 당당함과 유머러스한 재치까지, 첫 정규 앨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퀄리티와 유기적인 흐름의 완성도로 그는 마침내 음악 신에서 독보적인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테리에의 [It’s Album Time]은 대중음악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디스코는 사회 소수자들의 문화와 예술로 시작해 매우 빠르게 대중음악을 지배했고, 이에 반하는 안티-디스코 운동으로까지 이어진 장르다. 결국 디스코는 화려하고 빠르게 번성한 만큼 급속도로 쇠퇴했고, 음악계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디스코의 부활은 2010년 즈음부터 시작된다. 2010년대 당시 브레이크봇(Breakbot), 다프트 펑크(Daft Punk), 크로미오(Chromeo) 등이 디스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흐름인 이른바 ‘누디스코(Nu-disco)’라 불리는 장르가 댄스 음악의 한 흐름을 주도했으며, 이러한 흐름이 한창이던 2014년, 독보적인 사운드를 구축한 토드 테리에의 [It’s Album Time]은 그 새로운 물결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꼽힌다.

Todd Terje – Live @ Øya Festival 2014

한편, 토드의 에딧과 리믹스 곡들은 그의 오리지널 트랙들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다. 음악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되기 마련이다. 에딧 특유의 음악 배치 미학이 발현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몸은 계속해서 춤을 추지만, 머리로는 ‘아, 이 노래…!’ 하며 바쁘게 음악을 맞추려는 ‘게임’이 이루어질 때, 그 경험은 댄스 플로어에서 더욱 강렬하다. 유명한 코러스가 등장하기 전에 제목이 떠오르면 괜스레 뿌듯할 것이고, 그렇지 못해도 정답을 알게 될 때 긴장이 ‘탁’ 풀리며 다시 몸과 머리가 음악과 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토드의 에딧 트랙들은 바로 이런 익숙함에 기댄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미 수많은 클럽 DJ들이 자신의 셋 리스트에 토드의 에딧 트랙을 녹인다. 댄스 플로어에서의 유효성과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그의 에딧에 담긴 절묘한 매력 덕분이다. 그의 에딧은 원곡을 존중하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준다. 따라서 댄스 플로어에서 그의 에딧 트랙을 들을 때, 종종 원곡과의 구분이 어려울 때가 있다. 원곡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최소한의 개입으로 더욱 춤추기 좋게 만드는 그 절묘함. 이것이 에딧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바이며, 토드가 에딧의 명수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하는 본 에디터가 인상 깊게 감상한 토드의 에딧 곡 몇 가지다. 토드의 3시간 DJ 셋에서도 확인할 수 있길 바라며 추천한다.

Turtles – Happy Together

까다로운 믹싱 난이도를 자랑하던 터틀즈(Turtles)의 “Happy Together”. 인트로를 잘 늘려놔서 가끔 분위기 전환용이나 클로징으로 적절하다.

Astrid Gilberto – Black Magic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의 유일한 디스코 앨범인 “That Girl From Ipanema”에 수록된 트랙. 아마도 토드 테리에의 유일한 브라질 음악 에딧이다. 이 트랙이 유독 다른 트랙들보다도 원곡의 형태를 잘 유지한 느낌이다.

Chic – I Want Your Love

디스코 클래식. 같은 샘플을 사용한 무디맨(Moodymann) “I Can’t Kick This Feeling When It Hits”과 유사한 인트로 진행. 길게 끌고가는 인트로가 묘한 긴장감을 준다.

Wham – Club Tropicana

향락주의를 비판하는 트랙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여름 파티 인트로로 제격이다. 이 에딧으로 원곡을 알게 되었는데 7인치 B사이드에 수록된 “Blue”도 추천한다.

Chilly – For Your Love

사실 이 트랙은 이번 기사를 위해 ‘TTJ’ 에딧 시리즈를 복습하던 중 발견했다. 세론(Cerrone)과 흡사한 유로 디스코 정석의 느낌이 매력적인 에딧 곡.

[It’s Album Time]이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 이후로 토드는 왜인지 앨범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SNS를 통해 활발히 공연 소식을 전하는 것과 달리, 토드는 SNS에서도 잠잠한 상태다. 이런 그의 소식 부재에 일부 팬들은 그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다가오는 첫 내한 소식은 느슨해진 한국의 디스코 팬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70~80년대 파라다이스 개러지(Paradise Garage)와 스튜디오 54(Studio 54) 같은 댄스플로어에서 디스코의 황금기를 마음 속 한편에 간직한 이들이나, 2010년대 누디스코의 반짝이던 순간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이번 공연은 그 감동과 기억을 환기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Todd Terje 인스타그램 계정
Fingerprint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정보

일시 |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22시-06시
장소 | Mode127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90, 2층)
입장료 | 4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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