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미컬한 기타 리프, 힘 있는 보컬 스타일이 눈에 띄는 뉴웨이브 스타일. 얼핏 들으면 평범한 80년대 유행했던 포스트 펑크 장르의 곡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FEX의 “Subways Of Your Mind”는 누가 뭐래도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곡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18년 동안 전 세계의 온라인 탐정들을 괴롭혔던, 가장 유명한 로스트웨이브로 알려진 곡이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찾는 여정은 2007년 무렵 ‘리디아’라는 이름을 가진 유저가 오빠 다리우스(Darius)가 10대 시절 라디오에서 나오는 곡들을 녹음했던 카세트들을 디지털화한 뒤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80년대 라디오 방송에서 녹음했던 카세트 속에서 XTC, 큐어(The Cure)의 곡과 함께 의문의 뉴웨이브 곡이 수록된 것을 발견했고, 이 곡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게시했다. 이를 본 음악 전문가들은 곧바로 미스터리한 이 곡의 정체를 찾아 나섰지만, 곡의 정체는 좀처럼 쉽게 밝혀지지 않았다. 2011년 곡이 유튜브에 게시되었음에도 이 곡의 정체를 아는 이들은 전혀 나오지 않으며, 곡의 행방은 점차 미궁 속으로 흘러갔다.
이후 2019년 이 곡이 레딧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물론, 유명 음악 유튜버들이 이 곡에 대해 소개하며 점차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분위기와 가사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레딧에서는 해당 곡에 대한 채널 ‘r/TheMysteriousSong’까지 개설되며, 전 세계에 있는 유저들로부터 너도나도 이 곡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곧 이 같은 일화가 롤링 스톤(Rolling Stone) 등 다양한 대형 매체에도 조명이 되며 ‘인터넷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노래’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점차 판은 커졌지만, 여전히 여러 추측만 오갈 뿐 오랫동안 결정적인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곡의 행방의 갈피를 오랫동안 찾지 못하던 와중, 11월 4일 ‘marijn1412’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레딧의 한 유저가 이 곡의 출처를 드디어 찾았으며, 밴드 FEX의 “Subways Of Your Mind”임을 밝히며 사건은 또 다른 전개를 맞이한다.
‘marijn1412’는 이 곡에 대해 조사하던 중 1984년 9월 브레멘의 한 음악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던 4인조 밴드 FEX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고, 이후 멤버 미카엘 호드리히(Michael Hädrich)와 연락이 닿는 데 성공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자신의 곡임을 알게 된 미카엘이 바로 그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밴드 데모를 보내주었고, 이를 확인하며 이 곡이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한 노래”임을 확인한다. 이후 밴드의 확인을 받은 ‘marijn1412’는 이 곡을 온라인에 게시했고, 이렇게 18년간 수많은 이들의 궁금증 속에 쌓여 있던 대장정은 마무리되었다.
정작 미카엘은 이 노래가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점에 대해서, 즉 이러한 ‘인터넷 현상’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marijn1412’가 곡을 요구했을 때 처음으로 그 곡에 대해 다시 찾아보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미카엘은 이를 계기로 밴드 FEX를 재결합시키는 것은 물론, “Subways Of Your Mind”를 포함한 밴드의 몇몇 곡들을 재발매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Subways Of Your Mind”는 노래의 출처가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은 음악을 지칭하는 ‘로스트웨이브’의 붐을 본격적으로 일으켰던 곡으로, 오랫동안 인터넷의 유행과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 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각국에 숨겨져 있던 다양한 출처 불명의 오디오 파일들을 찾아 나서는 시도를 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곡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물론 ‘인터넷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노래’의 행방을 찾는 여정은 18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현재도 주인을 잃어버린 출처가 불분명한 곡들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이를 찾아 나설 것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미스터리한 곡이 밝혀지며 전 세계 온라인 유저들을 환호시킬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도록 해보자.
이미지 출처 | Reddit, Daily Ma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