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성수동의 단관 극장 무비랜드(Movie Land)에 특별한 작품이 걸렸다. 국내 로컬 스케이터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촬영한 스케이트 필름 “도심속의 서퍼들 : Surf On Your Star”의 상영회가 열린 것. 컨버스(Converse) 올스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이번 비디오는 최호진과 살몬(연경호), 유지웅이 스케이터로 참여했으며, 정재현이 필르밍을, 이하빈이 사진 촬영을 맡았다.
상영회는 총 4회차로 진행됐다. 각 회차는 필름 상영과 함께 참여자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GV, 그리고 러키드로우로 채워졌다. 더불어, 영화관 1층에는 스케이트 필름에 등장한 컨스(Cons) 스케이트 슈즈를 직접 신어볼 수 있는 트라이존과 스낵바를 마련해 눈과 귀뿐 아닌, 오감으로 필름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했다
여기에 이어 2층에서는 비디오 제작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한 이하빈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를 진행했다. 추가로 촬영에 쓰인 필르머의 카메라와 스케이터의 신발, 스케이트보드 등 필름 촬영 현장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오브제를 전시했다.
단 하루,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스케이트보드 필름을 보기 위해 많은 이가 모였다. 스케이트보드 시사회에 수많은 스케이터가 모이는 건 당연지사. 다섯 주인공을 축하하는 로컬 스케이터와 친구들의 행렬이 계속해 이어졌다. 과연, 어떤 이들이 행사장을 채웠는지.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각자 본인을 소개하자면.
최호진: 팀버샵과 라브로스에서 협찬 받으며 보드 타는 최호진이다.
연경호: 라브로스 스케이터 연경호다. a.k.a 살몬!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최호진: 컨버스에서 스케이트 비디오를 하나 만들어 보자고 연락이 왔다. 내 나름대로 컨버스와 이미지가 어울리는 스케이터와 필르머, 포토그래퍼를 섭외해 6개월간 비디오를 만들었다.
연경호: 호진이 형이 ‘돈 벌어볼래?’라고 연락 와서 ‘좋지’라고 대답했다. 하하.
컨버스와 어울리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최호진: 그냥 내 마음에 드는 애들 뽑은 거다. 하하. 보드 탈 때 멋있는 애들, 영상이랑 사진 잘 찍는 친구들. 아무튼 모두 흔쾌히 승낙해줘서 멋진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연경호: 날씨도 너무 덥고, 스팟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촬영하기도 어렵고, 조금 타려고 하면 계속 쫓겨나고. 쉬운 게 없었다.
최호진: 이번 여름 정말 너무 더웠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
최호진: 정말 많았다. 그럴 때는 그냥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에 대한 간절함이 없을 때는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지.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으니 최대한 많은 클립을 뽑아내자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이번 비디오의 또 다른 재미는 각 파트에 삽입된 BGM인 것 같다. 각자 어떤 음악을 골랐나.
연경호: 내 파트에 내 음악을 꼭 넣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마침 만들고 있던 음악이 있어서 그걸 BGM으로 썼지.
최호진: 평소 내가 가장 즐겨듣는 노래를 넣었다.
어떤 스케이팅을 보여주려 했는지 궁금하다.
연경호: 재미있게 타려고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봤을 때 재밌어보이는 트릭. 이런 걸 많이 했다.
촬영 중 다양한 컨스 스케이트 슈즈가 등장하는데, 특히 마음에 드는 스케이트 슈즈는 무엇이었나.
연경호: AS 1 프로!
최호진: 패스트 브레이크라는 모델이 좋았다. 신었을 때 푹신푹신하고 잘 타지더라고. 전에는 원스타만 신었는데, 그건 내 발과 잘 안 맞았다. 패스트 브레이크는 되게 잘 맞던데. 근데 그 뒤로는 계속 AS 1 프로를 줘서…
오늘 어떤 이들을 초대했나?
최호진: 가족과 주변 친한 친구들을 초대했다.
연경호: 가족과 고향 친구들. 특히, 가족을 초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무척 설렌다.
오늘 놀 계획인가?
최호진: 놀고 싶은데, 내일 출근해야 해서 잘 모르겠다.
연경호: 당연히애프터파티 가야지!
최호진: 살몬 가면 나도 갈 거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정재현: 이번 컨버스 프로젝트에서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은 라이엇 스케이트 소속 스케이터 정재현이다.
이하빈: 포토그래퍼로 참여한 이하빈이다.
스케이터 최호진이 이번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고 하던데.
이하빈: 재작년부터 호진, 살몬, 지웅과 컨버스 스케이트 프로젝트를 몇 차례 진행했다. 팀 구성이 좋아 이 멤버로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고맙게 또 연락이 와 참여했다. 친구들과 또 한번 재미있는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정재현: 연락 받을 당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이 두 프로젝트를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함께하는 멤버가 다 멋진 친구들이니까.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대답했다.
둘 모두 스케이터가 아닌 제작자의 역할로 참여했는데, 결과물에 대한 특별한 기획이나 콘셉트가 있었는지.
정재현: 글쎄, 촬영한 영상을 모은 뒤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생각하는 편이라 특별한 기획은 없었다. 그냥 나답게 하자, 이게 콘셉트였다.
이하빈: 스케이트 포토그래피의 근본? 스케이트 사진의 암묵적인 룰 같은 게 있다. 그런 틀을 최대한 지키면서 내 색깔을 조금씩 더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정재현: 한번은 인천에 있는 스팟을 찾아가기로 했다. 근데, 당일 인천까지 가기에는 호진과 살몬의 집이 너무 멀어서 촬영 전날 인천에 있는 모텔에서 자고 스팟에 가기로 했지. 남자 넷이 모텔에서 스케이트 비디오 보고 하이볼 마시면서 실컷 놀았다. 다음 날 촬영하러 스팟에 갔는데, 막상 한 클립도 못 찍고 쫓겨났다. 하하. 그냥 인천에서 놀다 온 거지.
이하빈: 합정 메세나폴리스로 촬영하러 갔는데, 원래 촬영하려고 했던 스팟이 쇠사슬로 묶여 있더라. 불법이긴 하지만, 펜치로 그걸 끊고 촬영을 감행했다. 경비원 아저씨한테는 대학교 영화 촬영 중이라고 딜 보고…
영화관에서 스케이트 필름을 상영한다는 게 꽤 이례적인 일 아닌가.
정재현: 실감이 안 났다. 어제도 가만히 있다가 ‘아, 내일 시사회잖아!’ 이럴 정도로. 요즘 너무 바쁘게 지내서 체감이 잘 안 됐는데, 막상 이렇게 멋지게 꾸민 걸 보니 기대도 되고, 동시에 걱정도 된다.
이하빈: 원래 무비랜드를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상영한다고 들었을 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근래 전시를 네 번이나 진행하고, 이것 저것 일이 몰려서 정신이 없어 감흥이 좀 떨어졌었는데, 막상 오니 너무 뿌듯하고 기분 좋다.
커다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비디오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정재현: 편집할 때 이미 너무 많이 봐서 스포일러 당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BGM도 다 외울 것 같고. 하하. 그래도 이렇게 영화관에서 보니 화면도 시원하고, 소리도 빵빵하고. 멋있더라.
이하빈: 나도 스케이터로서 참여한 한 짧은 클립이 하나 있다. 다른 얘들은 각 파트에 이름이 멋있게 나오는데, 난 안 나오더라. 그게 좀 서운하네. 하하. 그래도 뭔가 피드에 올릴 보드 영상이 생겨 기분이 좋다. 아, 전시장에 사진이 잘 걸려 있어서 좋았다.
반대로 아쉬웠던 점은 없었는지.
이하빈: 아까 이야기한 이름 안 나온 것 빼고는 다 좋다. 컨버스의 무한한 지원,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정재현: 나도 크게 아쉬운 건 없다. 근데, 필르머는 항상 ‘더 잘 찍을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게 일이다. 100% 만족하는 영상이 있을까.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막상 내면 좀 더 해볼걸 그런 생각이 매번 든다.
컨버스 이벤트니 당연히 둘 다 컨버스 스니커를 신었는데, 오늘 착용한 신발을 고른 이유는?
정재현: 흰색을 좋아하는데, 이게 또 올빽 컬러라서 이걸 골랐다.
이하빈: 어릴 때부터 컨버스를 좋아했다. 내가 요즘 추구하는 스타일이 또 UK 로컬 스타일이라 이런 클래식한 실루엣의 스니커를 골랐다.
오늘 끝나고 뭐 있나?
이하빈: 파리로 출국한다.
정재현: 글쎄, 아직 모르겠는데, 그냥 친구들이 움직이는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손톱 위 네일이 눈에 띈다.
엄마가 해주셨다. 뭔가 예술병 느낌도 나고 멋있지 않나?
몇 손톱은 그대로 남겨 두었는데.
남성성을 위해 남겨뒀다.
또 다른 스타일 포인트가 있다면?
최근에 산 슈프림 후드.
남자친구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러 왔는데, 어떤 기분인가?
시사회에 초대 받은 건 처음이라 신기하다.
살몬과는 어떻게 만났나.
원래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같이 놀다가 얘도 춤 춘다는 걸 알고, 마음이 맞아 만나게 됐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많이 다치지 않나, 남자친구가 걱정되지는 않는지.
다치면, 내가 더 심하게 다친다. 남자친구는 안 다치는 법을 잘 알아서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오늘 룩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에 뭔가 보이는 것 같은데.
투스잼 업체에서 내 인스타를 보고 협찬해줘서 하나 했다. 별 모양의 투스잼이다.
손에 깁스를 했다. 어쩌다 다쳤나.
스케이팅 중 허들을 넘으려다가 보드가 걸려서 넘어졌다. 뒤로 자빠지면서 손을 짚었는데, 하필 높은 곳에서 떨어져 골절됐다.
부모님이 크게 걱정하셨을 것 같다.
부모님이 엄마, 아빠와 스케이트보드 중 하나를 결정하라고 하더라. 예전에도 이렇게 다친 적이 있거든.
오늘 룩의 포인트는?
스타팀 바지. 튼튼해서 스케이트 타기 좋다.
오늘 이곳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청주에서 살몬과 같이 보드 타던 친구다. 오늘 시사회 한다기에 청주에서 여기까지 왔다.
오늘 스케이트 비디오에 살몬 음악이 나온다던데.
원래 살몬 음악을 좋아했다. 가끔 찾아 듣기도 한다.
어떤 장면을 기대하고 있나?
살몬의 트레플립. 트레플립 하나는 기가 막힌 친구거든.
둘은 어떤 사이인가?
김현빈: 가장 친한 친구, 가족보다 더 자주 본다.
이번 비디오의 관람 포인트는?
김현빈: 살몬이랑 호진이 형 클립이 가장 기대된다.
정서후: 호진이 형 클립이 많다고 들었다.
이번 연말 특별한 계획이 있나?
김현빈: 얘랑 여행간다.
정서후: 매년 겨울 함께 LA에 가고 있다. 올해까지 치면 3년째 같이 가는 여행이다.
오늘 비디오 어떻게 봤나.
정나연: 사실, 보드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컨버스랑 보드랑 너무 잘 어울리더라. 보드를 타려면 컨버스를 사야할 것만 같은 영상이었다.
이가은: 지웅이가 보드 들고 다니는 것만 봤지 타는 건 처음 보는데, 제대로 타는 모습 보니까 멋있더라.
어제 생일을 맞이한 유지웅에게 한마디.
이가은: 빨리 정신 차리고 와!
정나연: 생일 축하드려요~!
둘의 연말계획은?
이가은: 아마 클럽에 가지 않을까. 예전에도 VISLA 연말 파티에 간 적 있다.
정나연: 크리스마스를 남자친구와 보내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없다.
청주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쪽 스케이트 신(Scene)은 좀 어떤가.
타는 사람 많지. 살몬도 있고, 슈프림 직원인 문선우 형님이 아마 최고 아웃풋 아닐까. 제리도 있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스케이터가 많다.
청주의 대표적인 스케이트 스팟이 있나.
우리는 시내라고 얘기하는데, 성안길에 청소년 광장이라는 스팟이 있다. 거기에 우리가 기물 만들어서 가져다 놓고 탄다.
좌우명이 있다면.
남 눈치 보지 말고 살자. 내가 24살에 보드를 타기 시작했거든. 그때 주변에서 중고딩도 아니고 뭘 그런 걸 타냐고 했는데,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