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디서나 게스(Guess)라는 브랜드를 만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열풍이 불었던 시기는 90년대 초 중반 즈음이다. 실제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주인공이 ‘짝퉁’ 게스 티셔츠 입은 모습으로 그 당시 게스의 선풍적인 인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다시금 게스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90년대와 맞닿아 있는 현재의 패션 동향과 더불어 유행의 중심에 서 있는 A$AP Rocky가 게스와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작년 게스와 A$AP Rocky가 공개한 티저 이미지가 많은 사람을 당황케 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서 세계의 유행은 겨우 하루 이틀 차이다. 당장의 문제는 저 빌어먹을 셀레브리티, 인플루언서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얼마나 빨리 손에 쥘 수 있느냐니까. 어제 발매한 슈프림(Supreme) 모자를 착용한 GD를 오늘 TV에서 보는 일 따위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게스는 A$AP Rocky와 손을 잡았다. A$AP Rocky는 그간 힙합, 스트리트 신(Scene)의 아이콘으로 충실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이게 과연 게스의 새로운 도약에 큰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미지수. 이전 빈 트릴(Been Trill), HBA(Hood By Air)와 같은 브랜드와 A$AP MOP의 시너지, 서로 나서서 물고 빨아줬던 자발적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돈이 오가는 공식적인 관계는 불편함을 동반하기 마련이니까. A$AP Rocky가 실제 게스라는 브랜드에 매력을 느꼈는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이안 코너(Ian Connor)가 스케쳐스(Skechers)를 자발적으로 신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막 공개한 A$AP Rocky와 게스의 협업이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여러 진(Jean) 브랜드가 아메리카 빈티지를 두고 혈안이 되어있는 시점에서 돌아온 90년대를 캐치한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야심 차게 기용한 A$AP Rocky가 게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것도 아니라면 “Multiply”의 새로운 버전과 함께 GUE$$를 입은 채 울상 짓는 팬의 모습을 보게 될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