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단단하고 질기게 만든 옷인들 흐르는 시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새 옷을 착용할 때의 설레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지만, 내 몸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즐기는 일 또한 즐겁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 유수의 의류 브랜드 비즈빔(VISVIM)은 ‘패션의 즐거움’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듯하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제품에 대해 소비자 스스로 합리화할 수 있는 교묘한 홍보 전략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청바지, 부츠 브랜드의 아카이브에 비한다면, ‘OLD’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기에 조금 낯간지럽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세월의 때를 잔뜩 머금은 비즈빔 제품은 감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현재 세계 패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패스트 패션 열풍을 가볍게 묵살하는 비즈빔의 저력은 놀랍기 그지없다. 멋들어지게 무르익은 가죽 부츠부터 얼마나 입었는지 가늠조차 안 되는 티셔츠까지, 결코 죽지 않는 올드 비즈빔의 매력은 꺾이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당신의 옷, 신발장을 긴 시간 지킨 제품은 무엇인지. 당신의 궤적을 오래도록 쫓아온 물건을 한번 꺼내어 보자.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