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생소한 단어 로프(Loaf)는 ‘빵 한 덩이’라는 뜻의 영어다. 빵과 의복, 이 두 사물에 어떠한 공통점이 있는지 쉽게 감이 잡히질 않지만, 디렉터 신현민은 빵과 옷을 만들 때 들이는 정성이 둘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반죽과 발효, 숙성 등 긴 시간을 들여 잘 구워진 빵처럼 로프의 옷 또한 제작자의 노력과 긴 시간, 의복의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주가 되지만, 그 만듦새와 디테일은 여느 브랜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품질을 보여준다.
갖가지 로고 플레이와 알 수 없는 그래픽으로 요행을 부린 수많은 브랜드 속에서 로프의 제품은 자신이 가진 간결함의 미학을 고스란히 풀어낸다. 더운 여름을 날 수 있는 시어서커 원단과 안경을 걸 수 있도록 고안한 D링 등 착용하는 이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편안함으로 녹아든다. 로프가 제안하는 의복의 재미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디렉터와의 짤막한 인터뷰와 함께 그 웹사이트를 반드시 체크해보자.
시즌 컬렉션의 몇 가지 제품을 더하는 캡슐 컬렉션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이런 운영의 장점이라면?
로프는 시즌 컬렉션이 아닌 아카이브를 쌓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바로 입고 싶은 옷이 생각났을 때, 빠르게 샘플을 제작해보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면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 튼튼하고 좋은 원, 부자재로 만든 기본적인 형태의 옷을 선보이고 싶은 개인의 욕심이 로프라는 브랜드로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좋다.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옷, 유행의 흐름에서 벗어난 기본적인 의류가 로프의 틀로 만듦새를 갖춘 후 그 위에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얹고 싶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완벽히 갖춰질 때까지는 캡슐 컬렉션의 방식으로 적지만, 자주 제품을 선보이려 한다. 이번 공개한 ‘Loaf Archive Vol.1’ 역시 내가 만든 옷을 한데 모아 전체적인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결과물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의류의 디테일은 무엇인가?
주머니를 특이하게 달아보려 하고 뭔가 비틀어보는 등 특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때가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주변의 디자이너 실장님이 한마디 하더라. 굳이 있어야 하냐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그 순수한 의문이 나에게는 너무 자극적이었다. 그 이후로 내 옷은 튼튼하고 필수적인 디테일만 삽입한다. 착용하는 이에게 ‘이건 왜 있을까?’라는 의문보다는 직관적인 깨달음을 주고 싶다.
어떤 사람이 로프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나?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질문에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이 입었으면 좋겠다는 것. 좋은 물건을 찾아 정당한 가치를 알아주고 소비해주는 사람이 내가 만든 옷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내 옷을 입어줬으면 하는 주변 사람이 구매할 때, 그것만큼 기분 좋은 게 없다. 좋은 옷을 만들고 싶은,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지. 내가 만든 옷은 언제든 믿고 살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제품의 상세설명에 옷에 관해 쓴 글을 꼭 읽고 구매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