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서울 펑크 신을 담은 사진집, ‘SEOUL PUNX’

재미있는 사진집 ‘SEOUL PUNX’를 소개한다. 만화가이자 사진작가인 유진정이 2003년부터 14년에 걸쳐 서울의 펑크 신(Scene)을 기록한 사진집 ‘SEOUL PUNX’는 2000년대 초중반 홍대에서 일순간 타올랐던 펑크의 불길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추억이 되어버린 당시의 열기를 지금에 와 다시 들춰본다는 것은 그때 그 시간을 공유한 이들에게는 야릇한 경험이 될 것이며, 홍대 펑크 신이 낯선 새로운 세대에게는 자신이 참여하지 못한 역사를 마주하는 신선한 자리일 것. 그 시절의 펑크 신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구구절절 남의 이야기를 빌려오는 것보다는 사진집을 발간할 당시 작가가 남긴 코멘트와 사진 몇 점으로 대신하겠다. 유진정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직접 구매할 수도 있으니 뻣뻣하게 서점을 경유하는 것보다는 작가와 이런저런 질문도 주고받으면서 계좌에 직접 돈을 넣는 편이 재미있지 않을까.

유진정 개인 블로그
SEOUL PUNX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작가의 말

2003년 늦여름 이대 앞 야외무대에서 스파이키브랫츠의 공연을 보았다.
공짜라길래 별 생각없이 간 것이었는데 상당히 충격적인 무대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영화에 나올법한 복색의 소년들이 껑충껑충 뛰며 괴성을 질러대는데
그때마다 뒤에 선 미친 여자가 어깨로 나를 계속 들이받는 것이 아닌가

너무 신났다.

공짜공연만 보고 집에 가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입장권을 끊은 뒤 클럽 지하로 내려갔고
그 후 멀쩡한 스타킹 찢어 입어가며 씬의 언저리에서 맴돌게 된 지 14년. 대충 세어보니 그간 만 이천여 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트레인스포팅 주인공이 이 쉿홀 떠서 인생 새출발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도시를 떠났던 것처럼 나도 중간에 장기여행을 떠났었기 때문에 사진에 공백기가 좀 있다.

<GIGS> 챕터의 마지막 사진은 2007년에 찍은 것이고,
<NOWDAYS> 의 아기엄마(어깨로 나를 들이받던) 사진은 2016년에 찍은 것이다.

돌아오고 나니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사진 속 소년 소녀들은 가정을 꾸리거나, 죽거나, 유명해졌거나 감옥에 가는 등 저마다 어른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었다. 
이제 마냥 농담따먹기만 하고 앉아있다간 세상이 휘두르는 강펀치에 넉다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오고 만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이 덜 진지할 수 있었던 순간의 기록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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