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활동하는 코미디언 루루 크라우즈(Lulu Krause)는 2016년 여름, 길거리에서 종종 비슷한 옷을 목격했다. 그것은 어깨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자라(ZARA)의 푸른색 드레스. 그녀는 뉴욕 내 너무나 자주 마주치는 그 드레스에 흥미를 느끼고 텀블러 계정을 개설해 해당 드레스를 입은 사람의 사진을 수집했다. 시간이 흘러 2017년이 됐고, ‘아마도 올해에는 그 드레스를 입은 사람을 볼 수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날씨가 풀리자 루루의 블로그에 기재된 이메일로 세계 각지로부터 자라의 파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전송됐고, 그녀 또한 뉴욕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가량 계속해서 그 드레스를 목격했다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재미난 아카이브가 된 것. 현재도 운영 중인 그녀의 텀블러를 체크해보자.
비슷한 방식을 국내에도 적용해, 과거 유행한 롱 패딩이나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사람들을 촬영한다면 어떨까. 물론 동의를 얻어야 하겠지만. 카메라 그리고 시간과 의욕이 남는다면, 앞으로 국내에서 확실히 반복될, 바람처럼 등장했다가 이슬처럼 사라질 거대한 유행 아카이빙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