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명으로 시작한 독일의 베를린 커뮤니티 라디오(Berlin Community Radio, BCR)가 올해 2월 문을 닫는다. 2016년 우리나라의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와 협업한 적도 있는 만큼 인터넷을 기반으로 국경을 넘어 활약한 그들. 약 7년간 음악을 넘어 소수자 문화를 포괄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하던 BCR이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는 이유는 바로 자금난. 공식 웹사이트에 첨부된 이들의 편지를 읽어보자.

2019년 2월 5일을 기점으로 BCR은 모든 운영을 중단할 것을 무거운 마음으로 전합니다. 2018년 투자가 없었던 일을 계기로 우리는 막다른 지점에 도달했고 전의는 꺾이고 말았습니다. 많은 분이 이 소식을 듣고 놀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안타깝게도 BCR은 지속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우리가 시도하지 않은 방안은 없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아름다운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BCR이 BCR인 채 이렇게 길게 이어왔던 것 말입니다. BCR 팀과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고 몇 년을 대가 없이 일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무보수로 우리를 수없이 도와준 컨트리뷰터, 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영상 제작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제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열의와 신념으로 갈 수 있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한계가 우리에겐 6년이었죠.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의 일부는 킥스타터(Kickstarter)나 페이트리언(Patreson)를 사용해 후원을 받아보라 말씀하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필요한 거대한 작업량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BCR이 오랫동안 겪어온 큰 자금난은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이제는 안녕을 고할 때입니다.

지금까지의 여러분이 보여주신 시간, 열정, 사랑과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BCR입니다. 지나간 시간 동안 이뤄낸 것들을 같이 추억합시다. 우리를 도와 무언갈 만들었던 이들과 그리고 청취자의 기억 속에선 BCR이 살아남길 바랍니다.

제대로 기능하는 인터넷 기반 언더그라운드 라디오국은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로컬의 아티스트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고, 흩어져 있는 비슷한 관심사를 모아 하나의 문화 공동체를 엮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 운영이 만만찮은 일임은 참 아쉬운 현실이다. 독립 라디오국의 원할한 운영을 위해선 관계자의 열정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언더그라운드 라디오국에 보내는 지지는 결국 스스로가 누리는 문화 분야의 성장으로 이어짐을 염두에 두자. 지금도 각자의 로컬에서 송출 중인 언더그라운드 라디오국의 건승을 기원한다.

Berlin Community Radio 공식 웹사이트
Seoul Community Radio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