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ar”로 유명한 3인조 사이보트론(Cybotron)은 일렉트로 훵크에 기반한 신시사이저 선율로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태동에 일조한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이들이다. 특히 그의 일원 후안 앳킨스(Juan Atkins)는 데릭 메이(Derrick May) 등과 더불어 테크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 하지만 오늘은 그들의 친구, 마크 A 미첼(Mark A. Mitchell)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마크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의 교회 성가대에서 친누이와 노래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음악을 사랑하는 만큼 돈 관계에도 밝았던 19살의 마크는 자신의 레이블 발라디어 프로덕션(Balladeer Productions)를 시작해 자신의 곡을 내놓기로 한다. 83년 당시 60~70년대 소울의 영향으로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그와 마주친 이가 바로 후안 앳킨스. 마침 음반 발매 계약을 따내 으리으리한 녹음실을 들락거리던 후안은 같은 동네 친구 마크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그리고 이렇게 테크노의 아버지와 사랑 노래꾼의 극적인 협업이 이뤄졌다.
당시 디트로이트를 감돌던 분위기를 대변하는 사이보트론의 기계적인 음향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마크 A 미첼의 조화. 결국 사이보트론의 녹음실을 나온 마크의 손에는 두 곡, 네온(Neon) 소울의 “How Can I?”와 일렉트로 발라드 넘버 “All Your Love”가 들려있었다. 로맨스를 곁들인 아포칼립스 SF 영화에 당장 집어넣어도 손색없는 분위기가 일품이다.
사이보트론과 달리 마크의 명성은 미시간주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음반은 그 내용과 희귀함으로 잘 알려졌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기 무섭게 런던과 스톡홀름에 기반한 음반 레이블 판타지 러브 레코드(Fantasy Love Records)가 이를 새로운 아트워크로 포장해서 재발매했다. 디트로이트였기에 가능했던 본 7인치 바이닐 음반을 직접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