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비트가 한국 땅을 한 차례 휩쓸고 간 뒤, 힙합 씬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컨트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잘나가는 일리어네어, 박재범을 위시한 AOMG, 새롭게 AOMG와 손을 잡은 사이먼 디와 독자적인 행보를 택한 이센스, 크러쉬라는 강력한 신인을 내보낸 아메바 컬처, 그리고 군산의 영 블러드 애드밸류어를 비롯한 언더그라운드의 수많은 래퍼, 프로듀서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지금의 상황은 리스너의 입장에서도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레이블로 거듭난 비스메이저 컴퍼니(Vismajor Company) 역시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한국 힙합 씬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최근 VMC가 새로 영입한 래퍼, 넉살(Nucksal)은 새 싱글 “Nuckle Flow”을 공개하며 리스너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래 전부터 RHYDMEKA, 게릴라즈 크루의 멤버로 활동하며 실력을 쌓아 온 그가 VMC의 합류를 기념하여 발표한 트랙 “Nuckle Flow”는 일본 닌자가 연상되는 비트에 공격적인 가사가 담긴 일종의 선전포고다.

귀에 잘 감기는 플로우와 다년간의 공연을 바탕으로 한 라이브 경험은 넉살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공중파에서 무지개 동산 같은 무대를 꾸며 놓고 힙합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가수들이나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아직도 고리타분한 염불을 외고 있는 올드 엠씨들, 어느 정도 짬밥을 쌓았지만 결국 소녀 팬들에게 목숨 건 래퍼들과 노선을 달리 하는 그의 행보 역시 신선하다. 그러나 뛰어난 한국의 래퍼를 기준으로 넉살을 바라봤을 때, 그에게서 느껴지던 장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그의 가사는 거리의 언어를 그대로 옮겨온 듯 하면서도 현학적인 워드플레이를 구사하는 이센스와 모양새가 유사하지만 이센스의 그것보다 구조가 튼튼하지 못하고, 훈민정음으로 드리블링을 한다는 개코에 비해서도 플로우가 다채롭지 못하다. 좀 더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만드는 넉살의 독특한 매력과는 별개로 경험과 세련미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아무래도 랩 스킬을 전면에 내세우는 래퍼들과 비교하자니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완성된 MC라기보다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국내에서는 상당히 드문 스타일인데다가 독특한 외모까지 갖춘 넉살은 왠지 데드엔드 크루, 혹은 베리드 얼라이브와 같은 의류 브랜드와도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래퍼의 수명은 아무리 길어 봤자 5년이라지만 넉살의 시간은 그보다는 더 길어질 것 같다.

MP3 다운로드 링크 (https://www.mediafire.com/?pd5qe7ey1v8ocj4)
넉살 트위터 계정 (http://www.twitter.com/nucks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