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사진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사진가 구본창의 80년대 사진 연작, ‘긴 오후의 미행’이 발표 30여 년 만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대로, 결핍이 느껴지는 사진들은 젊은 구본창의 대표작이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담아낸 격변기의 서울은 국내에 일찍이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사진 예술을 제시하며 기성 예술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국외인의 고독함이 느껴지는 그의 사진은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터.
더욱이 이번 출간은 도쿄의 젠 포토 갤러리(Zen Foto Gallery)에서 진행되어 그의 작품을 해외의 젊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흥미롭게도,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10월 12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전시되는 구본창의 새로운 연작 ‘Incognito’가 바로 본 연작의 주제 의식과 작업관을 새롭게 확장한 작품이라고 하니, 그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사진집과 전시 소식을 둘 다 확인하여 폭넓은 감상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