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맨체스터 어느 마을 어귀에 등장하여 세계 음악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벽화가 하나 있다. 밴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을 상징하는 앨범 [Unknown Pleasures]의 삽화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려진 벽화엔 솟아난 봉우리 하나 없다. 물결치지 않는 잔잔한 파동, 그래픽 밑 “No Music On A Dead Planet”이란 슬로건은 섬뜩하기까지.
해당 벽화는 맨체스터에서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커뮤니티인 ‘뮤직 디클레어즈 이멀전시(Music Declares Emergency 이하 MDE)’에서 제작한 일러스트로 조이 디비전의 커버아트 디자이너였던 피터 사빌(Peter Saville)과 협업, 그들의 상징적인 앨범 삽화를 MDE의 슬로건과 함께 새롭게 재탄생시켰고, 벽화 제작과 함께 티셔츠 또한 판매 중이다.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로 발생한 수익은 기후변화, 환경 보호 운동을 위한 기금에 사용될 예정.
우리에게 익숙할 조이 디비전의 앨범 커버아트는 규칙적인 펄스상 전파를 방사하는 전파천체(Pulsar) ‘CP 1919’의 전파 스펙트럼을 시각화한 디자인이다. 최초 발견된 1967년 당시 ‘CP 1919’ 신호를 관측한 이들은 외계 문명의 신호로 착각하여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a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까지 했던 신호다. 따라서 MDE에서 이번에 재탄생시킨 그래픽은 아무런 전파를 방출하지 않는 천체, 즉 기후변화로 서서히 죽어간 별을 암시하며 또한 “No Music On A Dead Planet”이란 슬로건을 걸어 지구의 환경 변화 및 생태 위기에 대처하려 한다.
올해는 한반도에 가을이 사라졌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요즘은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 정확한 정보는 베트남을 향하던 태풍 ‘곤파스’로 인해 아열대고기압 세력이 약화했고, 시베리아의 냉기가 강하하며 추위가 발생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째서일까, 극단적인 날씨 변화에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맨체스터에서 기후변화를 위해 음악을 도구로 움직이는 MDE. 우리 역시 지금과 같은 일상을 누리길 원한다면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기후변화에 함께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후변화에 평소 관심이 있었다면 그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길 권한다.
Music Declares Emergency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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