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Street Fighter 2)를 해본 적 있다면, 거구의 스모 선수 혼다(E. Honda)가 등장하는 목욕탕 배경을 기억할 것이다. 혼다와의 격투는 뜬금없이 대중목욕탕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배경 내 욱일기와 함께 그려진 눈 덮인 후지산은 지금 봐도 참 인상 깊다 – 사실 욱일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빈축을 샀다 -. 게임 이야기로 서두를 꺼냈지만, 이번에 소개할 분야는 일본 전통 예술의 한 부분인 목욕탕 벽화다. 이렇게 목욕탕에 그려지는 벽화는 펜키(Penki-e)라고 부르며, 이것은 일본 대중목욕탕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다.
과거에는 장인이 직접 정성스레 그렸지만, 대형 프린팅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비용 역시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해져 현재 일본에서 펜키를 직접 그리는 이는 겨우 3명뿐이다. 그 선두에 있는 마루야마 키요토(Kiyoto Maruyama)와 그 두 제자는 여전히 펜키를 그리며 끊어질 듯 가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60년 처음 펜키를 그리기 시작한 키요토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81세 노인으로, 처음 시작한 1960년 이래로 도쿄 대중목욕탕에 셀 수 없이 많은 벽화를 그렸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의 작업만이 있을 뿐 일주일에 여섯 작품을 그려낼 정도로 활발하던 이전의 호황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키요토는 드넓은 그림판을 너무도 쉽게 멋진 풍경으로 채워 넣는데, 그 작업 풍경을 보면 언뜻 ‘참 쉽죠?’ 아저씨, 밥 로스(Bob Ross)가 떠오르기도 한다. 팔순을 지난 나이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거나 웹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파는 모습은 그 열정을 대변한다. 편의를 위한 기술의 발전 뒤에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이 아쉬울 따름. 키요토의 작품을 감상해보자.